2021년 1월23일 토요일아침 이메일로 코비드 테스트 결과를 받았는데 내 눈을 의심하면서 믿지를 못했다. 내가 바로 코로나 확진자가 된 것이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바짝 긴장을 한다. 지금 이 순간 잘 판단하고 올바르게 결정해야 한다.

나는 혼자의 몸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나서 미사를 집행하고 같이 일하고 같이 했기에 그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일단 상황을 판단하고 수습해나가야 하는데 그 순간 느껴지는 게 바로 나 자신이 바이러스 덩어리, 모든 이에게 위험이 된다는 사실이다.

애꿎은 우리 할아버지 신부님만 나한테 혼나며 포트리 마돈나 성당으로 보내졌다. 84세 노인이 얼마나 놀랍고 힘들었을까? 내가 사제관과 성당에 머물면 나 때문에 사제관 전체가 봉쇄되고 격리되고 위험지역이 되는 것이다. 내가 달리 요양처를 찾아 따로 격리를 해야 사제관에 바이러스도 죽어가고 소독도 할 수 있다. 막상 사제관을 나오니 정작 어디로 향하나 황당해졌다. 갑자기 모든 이에게 사랑받고 환영받던 사제에서 모든 이에게 위험해 격리를 해야 하는 나의 존재의 변화가 참 써리얼(surreal) 했다.

며칠 전 한 신자가 코로나로 온 가족이 아팠다고,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며 자기 집에 와 축성을 해달라고 했다. 그 어머니는 알바니아 할머니인데 너무 건강하고 열심인 신자였다. 그런데 마스크 없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거리를 두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계속 찜찜했었다. 차가운 겨울 새벽 아무도 없겠지 하고 마스크 없이 나갔다가 성당 문 앞에 있는 홈리스 형제들을 만난 적도 있다. 내가 어디서 어떻게 감염됐는지 알 수가 없다.

가장 중요한 일은 내가 확진자라는 것을 많은 이들에게 빨리 알리는 일이다. 카톡으로 바로 수많은 이들에게 알렸다. 동북부 사제님들, 꾸리아 성가대, 구역회 청년들, 스패니시 공동체 울트레아. 많은 이들에게 안부를 묻는 카톡이 오기 시작했다. 수많은 신자들이 도움을 주었다. 코로나에 이게 좋습니다하며 약들도 많이 받았다. 많은 사랑을 받아 참 감사하다.

이렇게 나로 인해 거의 한달간 성당 문을 닫고 모든 미사가 정지되었다. 다행히 주변에 아무도 나로 인해 감염된 이가 없는 듯하다. 할아버지 신부님, 같이 사는 신부님, 수녀님, 사무실 직원들, 내 옆에서 도와주는 미사복사, 부제님, 아무도, 아무도, 그것도 기적이다. 정말 감사하다.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숨을 쉬며 살아있는 일, 얼마나 사랑을 받았나 감사하는 일, 고마운 이들이 얼마나 많은 지 깨닫는 일, 얼마나 은총 속에 살았는지 감사하는 일, 코로나 감염과 한달 간의 격리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이다.

<조민현 팰팍 성마이클성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