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3월초 이즈음, 우리가 일본의 죄악사를 떠올리게 될 때면 생각나는 미국 정치인이 있다. 마이크 혼다 전 하원의원. 지금은 은퇴했지만 캘리포니아 17지구에서 내리 10선의 민주당 하원의원을 역임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사죄결의안을 발의해 통과시키는 등,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서 우리 한인들 못지않게 지속적으로 규탄하고 반성을 촉구해온 일본계 정치인이다.
아픔을 겪어본 사람만이 다른 이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던가, 마이크 혼다 의원은 2차 대전의 막바지였던 어린 시절 콜로라도 일본인 강제수용소에 들어가 남다른 고통을 경험한 사람이다. 그는 청년시절에는 산호세 지역에서 교육계에 봉직하다가 1996년 정계에 투신한 이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부터 무슬림 차별 반대운동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인권운동에 헌신해왔다.
한국계 의원이 없던 때에 마이크 혼다 의원은 한인들에게는 더없이 가까운 친구였지만 모국인 일본으로부터는 숱한 비난과 협박을 받았을 것이다. 다행히 이제는 네 명이나 되는 한국계 정치인이 하원에 입성했고, 그 가운데 미셸 스틸 박 의원은 교통위원회로 가고 앤디 김, 영 김, 메릴린 스트릭랜드 등 세 의원은 외교위원회에서 일하게 돼 앞으로 그 분야에서의 활약에 기대가 크다.
때마침 하버드 대학 램지어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부로 규정해 국내외 한인들은 물론 미국 학계에서마저 강하게 항의를 받자 본인이 실수를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학교 기부금 조로 일본 전범기업체에서 돈을 받아오기도 하고 친일인사에게 주는 ‘욱일중수장’이라는 상도 받은 이 허접스런 교수의 논문으로 우리가 너무 오랜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한일관계는 문재인 정부는 물론 바이든 미 정부마저 조속히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결국은 스가 일본 총리가 피해자 앞에 나와 일본정부의 범죄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현하는 길 밖에는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뜬금없이 일본에게 과거 일본인 수용소에 대한 사과를 했는데 그 정신으로 일본에게도 동맹 한국에 입힌 상처에 대해 사과하도록 종용하는 것이 옳다. 한국계 정치인들은 미국과 일본을 향해 이 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하원의원 네 명 이외에도 국무부에 성 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차관보 대행과 정 박 부차관보 등이 들어가 있고 외곽에는 빅터 차, 조셉 윤, 데이빗 강, 수미 테리 같은 외교 전문가그룹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의회나 행정부에 한국계 인사가 있다는 것만으로 한국이나 한인 이민사회에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가운데 일부는 미국의 강경우파 못지않은 보수적인 사고로 미국의 기본입장만 지지해온 사람도 있다.
어디까지나 그들은 미국의회의 의원이고 미국 행정부의 관리라는 신분을 십분 이해한다. 그렇다 치더라도 아무 생각 없이 미국 주류사회의 이익에나 앞장서고 미국정부에 재능기부자로만 머무르지는 말아야 한다.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국무부가 이의를 제기할 때면 그것이 미국에게는 표현의 자유이거나 인권문제일 뿐이지만 한국에게는 그보다 절실한 국민의 안전과 생명문제이고 민족의 통일문제라고 설득할 수 있는 담대한 역량을 갖춰야한다는 것이다.
한국계 정치인들은 한일 간 문제나 한반도 평화문제 외에도 폭증하는 아시아계 혐오범죄 대책, 코로나 이후 더욱 심각해진 소수인종 커뮤니티의 경제회생 방안 등으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 그들은 각자 맡은 자리에서 미국이라는 큰 공동체를 위해 일하되 한국인의 영혼을 지니면서 조국의 염원이 무엇인가를 항상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소수인종 출신이 주류에 영합만을 바라는 조급한 처세는 소인배들이나 취하는 동이불화(同而不和)의 일그러진 모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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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