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질병 통제국 자문위원들은 지난 주말 존슨&존슨이 개발한 코로나 백신을 18세 이상 미국인들에게 배급하는 것을 만장 일치로 추천했다. 식품 의약국이 이 백신의 사용을 긴급 승인한 지 하루 만의 일로 질병 통제국의 최종 승인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번 주내 이 백신의 배급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백신이 코로나 퇴치에 결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이미 승인된 모더나와 화이자와는 달리 한번만 맞으면 되고 초저온이 아닌 일반 냉장고에서도 3개월간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의료 시설이 열악한 시골이나 두번씩 맞기 불편했던 노약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감염 예방 효과는 기존 백신보다 낮지만 중증 예방 효과는 85%에 달해 사망율을 낮추는데는 별 차이가 없다. 지금 시급한 것은 예방율보다 백신 접종자 수를 빠른 시일내 최대한 늘리고 사망자 수를 줄이는 일인데 이 두가지 면에서 존슨&존슨 백신은 지금 미국이 필요로 하고 있는 제품이다. 접종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고 퍼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3번째 백신 보급과 함께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제2차 대전과 비교하면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충격에 빠졌던 미국이 1942년 미드웨이에서 4대의 일본 항모를 격침시키고 태평양의 제해권을 장악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 전투에서 패한 후 일본은 다시는 전쟁의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미국의 막대한 물량 공세에 견딜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변이 바이러스의 위험이 남아 있고 재발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때 하루 100만에 못 미치던 백신 보급은 이제 평균 170만을 넘어섰고 존슨&존슨 백신이 나오면 이 숫자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초기에 우왕좌왕 하던 보급 체계도 이제는 자리를 잡아 가고 있고 백신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줄어들었다. 여름까지는 원하는 사람은 모두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백신 개발에 성공한 세 회사가 모두 미국 회사란 점이다. 그렇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 의학계의 기술력과 자본력은 독보적이다. 1969년부터 2008년까지 노벨 의학상을 탄 사람 가운데 미국인은 57명이다. 반면 유럽, 캐나다, 호주, 일본은 다 합쳐도 40명뿐이다.
거기다 새 의료 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대대적인 투자가 있다. 국립 의료원의 1년 예산이 유럽 유사 기관의 10배에 달한다. 제품 개발이 성공하면 그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돼 있어 벤처 캐피탈의 투자도 활발하다. 그 덕에 1975년부터 2000년까지 개발된 혁신 의료 기술 종류는 2대 1로 미국이 유럽을 압도하고 있다.
따져 보면 의료 분야뿐만 아니다. 코로나 이후 경제를 선도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테슬라, 페이스북 모두 젊은 기업인들에 의해 지난 수십년 사이 세워졌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창출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투자 제도가 마련돼 있다. 이런 점들은 지난 100년간 세계 경제를 미국이 주도했듯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미국의 우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을 시사해 준다.
지난 주 ‘오마하의 현자’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투자가들에 보낸 연례 편지에서 ”지난 232년의 역사 동안 미국만큼 인간의 잠재력을 발현시킨 부화기는 없었다. 심각한 일부 중단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의 경제적 진전은 숨이 막힐 정도였다”며 “우리는 ‘보다 완전한 연합’을 위한 헌법적 열망을 갖고 있고 그 부분에 있어 진전은 느리고 불규칙 하며 때로는 실망스럽지만 우리는 전진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의 확실한 결론은 ‘미국을 반대하는 쪽에 걸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인들은 때로는 무자격자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고 코로나 초기 대응에 실패하는 등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트럼프를 평화적으로 쫓아내는 방식으로 바로 잡기도 한다. 아직 뿌리깊은 인종 차별이 남아 있지만 노예제 폐지와 민권법 제정이 보여주듯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코로나 백신 개발은 숱한 문제에도 불구, 미국은 아직 저력 있는 나라임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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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