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0만 사망자 애도하고 기억하자

2021-02-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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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미국 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희생자의 숫자가 공식적으로 50만명을 넘어섰다. 작년 2월29일 시애틀에서 첫 환자의 죽음이 보고된 지 꼭 1년만이다.

50만 명이란 숫자는 비현실적이다. “한명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백만명의 죽음은 통계일 뿐”이라고 했던 스탈린의 냉혹한 발언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우리는 매일 확진자, 입원환자, 사망자 숫자를 지치도록 봐와서 이젠 늘어만 가는 숫자에도 특별한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숫자는 지난 한 세기 미국이 참여한 제1차와 2차 세계대전, 한국전, 베트남전의 전사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것이다. 지난 연말연시의 두달 동안은 매일 9.11 테러가 일어난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만 50개주 중 가장 많은 5만여 명이, LA카운티에서는 무려 2만여 명이 코비드-19로 목숨을 잃었다.


이것은 앤서니 파우치 국립전염병연구소 소장의 말대로 “부유하고 수준 높은 선진국 미국에서 일어나지 말았어야할 일”이다. 정치 경제 군사 과학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임을 자부해온 미국이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서만 가장 실패한 나라로 전락한 것은 지난 1년 잘못된 리더십의 결과라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초기부터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분명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생명보다는 자신의 재선에만 매달려 마스크 착용을 정치화하고 팬데믹을 경시했던 전직 대통령이 방역을 무시하는 동안 수많은 생명이 스러져갔다.

그런 점에서 50만 사망의 비극적 이정표를 찍은 날,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부부가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촛불 추모행사를 열고, 닷새 동안 모든 연방기관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한 것은 많은 국민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홀로 고통 속에 죽어가는 동안 우리는 곁에서 간호할 수도, 임종을 지킬 수도, 작별인사를 할 수도, 제대로 된 영결식을 치를 수도 없이 떠나보냈다.

이제는 다 같이 애도하고, 기억하고, 치유할 때다. 나라 전체가 겪고 있는 상실과 슬픔에 무감각해지지 말자. 그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다시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다함께 방역을 준수하고 백신을 접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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