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흑인 역사의 달(Month of Black History)이다. 특히 흑인들이 많은 주에서 흑인 인권을 위한 행사가 많이 열린다.

나는 미국에 와서 1970년대 초에 커네티컷 주 하트포드에서 교회를 개척하였다. 개척교회서 받는 보수가 없어 100달러짜리 마루방에 혼자 살았다. 파밍턴 애비뉴라고 사방 2마일이 흑인뿐 백인은 구경할 수 없는 흑인촌이었다. 처음엔 약간 무서운 생각도 들었는데 곧 익숙해졌다. 특히 내 옆방에 사는 지미라는 흑인은 정말 친절하였다. 고물에 가까운 나의 낡은 차는 자주 고장이 났는데 그러면 지미가 얼른 고쳐주었다. 재주가 있고 수리를 위한 쟁기까지 다 가지고 있다. 돈 없는 동양인에게 천사와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미국에 오자마자 흑인에 대한 인상을 좋게 가졌다.

나는 한동안 사회복지국에서 일한 일이 있다. 사회복지금을 타는 시민들의 실태를 조사하는 역할이었다. 뉴저지 주 포트노리스라는 마을에 가면 마을 전체가 흑인들인데 남편이 없다는 신고가 사실인지를 조사하는 것이 내 일이었다.

아이들의 말에 아버지가 클럽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클럽에 들어갔다. 밝은 곳에 있다가 들어가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어떤 흑인여자가 나를 꽉 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많은 흑인 남자들의 웃는 소리에 놀라 도망쳐 나온 일도 있다. 어쨌든 흑인에 대한 나의 인상은 재미있고 친절한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미국의 초창기 건설에 흑인들의 역할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대량 데려와 도로 건설, 철도 건설, 농사 일 등 어려운 일들을 모두 흑인 노예들을 시켰고 인간 이하의 동물처럼 취급하였다.

뉴욕 브루클린의 플리머스 교회는 그곳 목사가 흑인 노예들을 빼돌려 캐나다까지 도주시킨 곳으로 유명하다. 수로를 이용하여 메릴랜드를 탈출시키고 펜실베니아주를 거쳐 캐나다로 탈출시켰다. 발각되면 사형이지만 결사적으로 흑인을 도와 수천명의 노예를 캐나다로 탈출시켰다.

미국의 3대과제는 인종차별 계급차별 성차별이었는데 성차별과 계급차별은 어느 정도 달성하였으나 인종차별은 아직 길이 멀다. 여기까지 극복되어야 미국의 민주주의는 완성된다.

미국의 운동경기 중계를 보면 육상, 농구 등 여러 종목에서 흑인선수를 많이 본다. 오바마 대통령도 흑인이었는데 좋은 평을 받고 대통령직을 완수하였다. 이번에 선출된 부통령은 흑인과 인디언의 피가 모두 섞인 여자라고 한다. 흑인과 타인종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유색인종도 더 떳떳하게 살아야한다.

예수의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가 있다. 강도를 만난 사람을 보고 제사장도 그저 지나가고 선민을 자처하는 레위인도 그저 지나가지만 인종적으로 천대받던 사마리아 사람이 그를 도와주었다는 이야기이다. 선민사상을 공격하고 사랑을 강조한 예수의 의도가 들어있다.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