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하버드대 교수의 망언 망발

2021-02-17 (수) 로라 김 LA
크게 작게
나는 2013년 7월30일 글렌데일 도서관 앞에서 있었던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잊을 수 없다. 글렌데일 시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 한미포럼이 주관한 행사에 김복동 할머니가 참석하셨고 보라빛 너울에 수많은 나비를 만들어 20만 희생당한 소녀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참으로 가슴 떨리는 시간이었다.

요 며칠 사이 신문으로 방송으로 영 김 하원의원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에 대해 사실이 아니며 역겹다는 비판과 여기저기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긴다는 뉴스를 듣는다. 어젯밤 우연히 한국의 대학지성사에 실린 이번 사건의 논고를 보게 되었고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시급한 문제인지 빨리 알리고 수습해야한다는 사명감과 조바심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우리와 일본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그들의 뻔뻔함에 치를 떠는 일도 너무 잦아 웬만해선 우리는 놀라지도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 이 일을 위해 일하겠지 하며 슬쩍 관심을 돌리는게 부끄럽게도 보통의 우리이지만 이 일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도 있다.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영 김도 그 중의 한 분이다.


세계적인 명문 하버드대의 법학교수 램지어의 논문이 우리는 접해보지도 못하는 국제법 경제저널(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 3월호에 실린단다. 똑똑한 사람들만이 읽을 수 있는 그런 잡지에 잘못된 논문이 실리고, 그 잘못된 역사를 진실인양 믿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정말 아찔한 일이다. 바로 막아야한다.

내용은 그들이 늘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만 글쓴이가 어디의 누구냐에 따라 더 주목을 받고 믿게 한다는 사실을 이용한, 빤히 들여다보이는 그들의 꼼수 때문에 이 일은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 물론 많은 정치인들, 하버드대 동료 교수들, 한인 학생들, 전국의 법대생들이 동조하고 있어 안심은 하지만 우리도 촛불을 들고 서명운동이라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 마음이 조급하다. 조금 더 머뭇거리다가 8페이지나 되는 논문이 바로 다음 달 3월호에 실리기라도 한다면 정말 수습하기가 힘든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램지어는 어린 시절을 일본에서 보냈고 일본어와 역사에 아주 능통하다고 한다. 전공은 일본 회사법이고, 현재 하버드대 로스쿨 일본법학 미쓰비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범 기업 미쓰비시의 100만달러 기부로 만들어진 곳이다. 2018년에는 일본정부로부터 ‘일본사회와 문화 이해 및 홍보’에 기여한 공로로 ‘욱일중수장’이라는 훈장을 받기도 했단다.

그는 지속적으로 일본 우익들의 주장을 전파하면서 2019년 1월 산케이 신문 영문매체에도 위안부 피해 사실은 ‘순수한 소설’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정말 소설을 쓰고 있다. 그리고 미쓰비시 강제동원 노동자에 대해선 “전쟁터가 아닌 공장에서 일할 수 있어 운이 좋았다”고 인터뷰했단다. 우리의 강제노동자 할아버지들이 들으면 가슴을 치리라.

그는 당시 일본이나 조선의 위안부는 공인된 매춘부였다고 주장한다. 법적으로 인정된 공창이었고, 조선인 위안부는 납치되거나 매춘을 강요받은 ‘성노예’가 아니고 조선 모집업자들에 의해 자원한 매춘부였다는 것이다. 또 일본군의 성병예방 차원에서 위안소를 설치했고 일본과 조선에서 위안부를 모집했으며 계약 만료 후 즉시 귀국하도록 계약했다고 주장한다. 여성들은 충분한 수익을 올렸고 돈을 많이 번 위안부는 일찍 귀국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전문 모집업자의 기만적 사기에 의한 모집 때문이었다고 했다. 식민지 치하에서 아무 힘없이 강제로 끌려갔던 소녀들, 1993년 고노담화에서도 인정한 ‘위안소에서의 생활은 강제적인 상황하의 참혹한 것’이라는 내용도 그는 모르나보다.

같은 대학의 한국사 교수 카터 에커트 교수는 그의 논문은 경험적, 역사적, 도덕적으로 비참할 정도로 결함이 있다고 했다. 램지어는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치욕스러운 잡문들을 쓰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정신 바짝 차리고 그들의 망언과 망발을 주시하고 역사바로잡기에 힘을 보태야한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로라 김 LA>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