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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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3무(無)를 넘어서

2021-02-15 (월) 정기의 미동부한인스키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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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눈하면 빼놓을 수 없는 스포츠가 스키다. 하지만 흰 눈이 쌓인 높은 산에서 두 발을 긴 판(스키)에 고정한 채 내려온다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로,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무지, 무시, 무모, 이 3무(無)만 극복할 수 있다면 스키는 평생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생활 스포츠가 될 수 있다.

스키어가 넘어서야 할 첫 번째는 ‘무지’(Ignorance)다. 자동차, 자전거, 핸드폰 등의 공통점은 매뉴얼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는 차량국(DMV)에 가서 이론 시험에 먼저 합격해야 주행 연습이 가능한 운전 허가증이 나온다.

스키 입문 시 요구되는 허가증이나 자격증은 따로 없지만 장비를 다루는데 있어 이론은 필수이며 레슨 전 항상 이론 강습을 받아야 한다. 스키 기술에 대한 지식(이론) 유무는 타는 자세에서 확연히 드러나며 시간이 지날수록 종이 한 장이 아니라 하늘과 땅 차이가 나게 된다.


두 번째는 ‘무시’(Ignoring)다. 초보 스키어는 레슨 후 홀로 복습하는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복습 시간이 되면 으레 들려오는 소식이 있다. 초보자가 중급 코스인 블루에 올라갔다 무릎을 다쳤다던가, 상급 코스인 블랙에서 속도를 제어하지 못해 앞 사람을 추돌하는 사고를 냈다는 등이다.

초보자에게는 누누이 초급 코스인 그린에서 복습할 것을 강조하지만 강사의 충고를 무시한 채 호기심 반 욕심 반, 더 높은 곳으로 다른 스키어들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이런 부상과 사고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바로 받은 초보 운전자가 고속도로 주행에 나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마지막으로 ‘무모’(Reckless)를 넘어서야한다. 과격하고 위험한 자동차 운전자를 흔히 ‘난폭 운전자’(Reckless Driver)라고 한다. 다른 차들은 안전거리를 확보, 제한속도에 맞춰 주행하고 있는데 미꾸라지 한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리듯 과속으로 다른 차들 앞을 끼어들며 지그재그 식으로 하는 운전은 티켓 대상이 된다.

스키장에서 명심해야할 가장 중요한 규정 가운데 하나는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이 그 길에 우선권이 있다’(People ahead of you have the right of way)는 것이다. 자동차 운전 시 뒤차가 앞차를 추돌했을 때 책임 소재가 뒤차 운전자에게 있는 것과 동일하다.

스키에 관한 지식이 전무 한 초보 스키어가 상급 코스인 가파른 블랙에 올라 무모하게 속도제어를 하지 못한 채 내려오다 앞서가는 스키어를 뒤에서 추돌하는 사고를 낼 때 책임은 100% 뒷사람이 지게 된다.

스키장 안전수칙은 반드시 준수하고, 강사의 지시와 충고를 숙지, 실력에 맞는 코스에서 꾸준히 연습한다면 평생 즐겁고 안전한 스키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정기의 미동부한인스키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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