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30분쯤, 우회전 좌회전 몇 번 없이 그저 반듯이 달리다 보면 도착하게 되는 곳. 시간이 없을 때보단 여유가 있을 때, 하지만 마음이 편할 때보단 조금은 답답할 때 찾게 되는 곳. 내 마음의 일등 가든 센터, 하이 핸드 너서리(High hand nursery)가 그곳이다.
홈 디포나 로우스의 가든 센터에서도 모종, 흙, 영양제에 가드닝 도구까지 필요한 것들은 모두 살 수 있다. 그래도 세 번에 한 번은 다른 곳을 마다하고 내가 이곳을 찾게 되는 건 아마도 물건을 사기 위해서라기보단 생각할 시간을 얻기 위해서인 것 같다.
물론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곳이기에 다른 가든 센터와는 좀 다르다. 원래 너서리가 있는 루미스(Loomis, 플래서 카운티) 지역은 땅이 비옥해 과일을 기르기에 좋았고, 그래서 꽤 오랫동안 사과, 자두, 베리 등의 과일을 모아 패킹해 전국으로 보내던 곳이었다.
그랬던 곳이 1980년대에 용도 변경이 되어, 현재는 가든 센터뿐 아니라 온실을 개조해 만든 카페도 있고, 과일을 패킹하던 옛 창고 건물엔 정원 장식품과 화분, 핸드 메이드 카펫,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비니거를 파는 상점들도 있다.
규모와 성격 말고도 여타 가든 센터와의 차이를 꼽아보자면, 단순한 모종의 진열도 획일적이지 않고 상상이 더해져있어, 마치 여러 정원을 둘러보는 것 같다. 또 깨진 화분, 오래된 공구로 만든 장식품은 정원을 돋보이게 한다.
그리고 꽃과 나무가 있는 흙길과 삐걱거리긴 해도 화분과 장식품을 보며 걷는 오래된 나무 마루 길처럼 자연과 세월이 담긴 공간을 가든 센터라는 고정관념에 매이지 않고 재해석해 색다른 공간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을 걷다보면 마음에도 여유의 공간이 생겨 꽉 닫힌 생각도 부드러워지고 풀리지 않던 매듭의 끄트머리를 찾기도 한다. 천천히 걷다가 멈추다가, 그러다가 보면 비로소 보이는 새롭고 신기한 생각들.
이 신박한 생각들로 만들어진 “신박한 정리”라는 한국 프로그램도 있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내 집, 내가 사는 공간을 나눔과 버림으로 새 공간을 만들고, 있던 가구지만 재배치함으로 활용도를 높이고, 고정관념처럼 여겨지던 집기구의 쓰임을 다른 각도로 해석해 보자는 “신박한 정리”.
어쩌면 너무나 낯선 세상을 살아가는 요즘 우리에게도 세상을 보는 신박한 생각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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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혜 전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