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ex Cellini 는 여성적인 우아함이 돋보이는 시계다. 남편 모두 ‘여자는 가꾸기 나름이’라는 말을 잊지 말아야한다.
앞으로 할 이야기들은 실화이며, 또한 사랑의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남녀 간의 그런 달캉달캉한 이야기는 기대 안하시기 바란다. 이 이야기들은 남자이기에 언제, 어디선가 한 번쯤 경험해 보았을, 그래서 이제야 남자라고 혼자서 묵묵히 걸을 수 있는, 그런 위치에 다다른 남자들에게 바치는 사랑의 오마주(Homag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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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형수님과 Army Navy CC Ballroom 에서.
#”집과 여자는 가꾸기 나름이다”
돌아가신 어머님이 자주 하시던 말씀이다. 그때는 그 말을 왜 새겨듣지 못했는지 참 안타깝다. 나는 내 주위 여성들에게 큰 빚을 지며 살고 있다. 이미 운명을 달리하신 할머니와 어머니는 말할 것도 없지만 큰 며느리로 미국으로 시집 오셔서 고왔던 얼굴이 고생으로 모두 지위지신 형수님이나 중학생이었던 여동생은 여드름 얼굴의 사춘기 시절 7-11에서 퇴근해 오는 오빠들에게 밥해 주면서도 고맙다는 말보다 윽박지름만 당했었다. 이혼의 쓴맛을 안겨준 전처에게도 미안할 뿐이다.
남성다움을 혼동했던 젊은 시절 전처와의 20여년 결혼 세월은 엇박자의 연속이었다. 지금의 나는 그녀가 이겨냈던 수많은 시간들의 분신일 따름이다. 내가 얼마나 고생을 시켰으면 이혼 후 맏딸 법대 졸업식 파티에서 전처가 현 와이프에게 이렇게 말했다 “He is all your and wishing you good luck(이제 그는 당신 것이니 행운을 기원합니다)” 미운 털 뽑아 놓으니 장가간 내가 얼마나 미웠을까. 여성분들 지금 밉상인 남편 분 계속 잘 훈련시켜서 옆에 간직하고 계시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그동안 공들인 시간이 아깝지 않은가.
30여년전 오랜 시간 처녀(?)였던 와이프에게 잘나가던 처제가 여성미 넘치는 롤렉스 세리니를 선물 했고 와이프는 손목에 착 감기는 시계를 긴 세월 잘 차고 다닌다. 나에게는 어머니가 있었고, 아내가 있고, 딸들도 있다. 그러나 단 한번도 여자가 되어보지 않아서인지 아직도 와이프에게 착 감기는 남편은 아닌 듯 하다. 무지는 용서가 되어도 알면서도 안 변하는 것은 천치다. 남자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이야기 해보자.
#가부장적 집안에서의 성장과 적응하기 힘들었던 미국생활
나는 너무나도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성장했다. 예를 들면 국민학교 때 시골에 내려가면 항상 외할아버지와 어린 나만 밥상에 마주 앉아 대청에서 따로 식사했다. 여성들은 부엌에서 식사하고 밥상마저 여성과 일꾼들 밥상이 따로 있었다. 주인 남자 밥상 고추장은 빨간 때깔이 빛났지만 여성들 밥상 위의 고추장은 거의 된장 수준이었다. 어릴 적 ‘도련님’ 은 미국에 와서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먹었다. 외국 여성과 결혼하고 딸만 둘 가졌다고 그 가부장적인 한국남자 모습이 바뀐 것은 전혀 아니었고 힘겨운 이민 생활에서 대다수 한인들이 그랬다.
#“여자들은 모두 새대가리야”
어느 날인가 몹시 피곤한 몸에 퇴근해 집에 오니 와이프가 잔소리를 했다. 화를 주체 못하고 소리를 버럭 질렀는데 “당신 딸에게 사위가 그러면 좋겠어?” 하는 말에 일순간 수그러들고 말았다. 그렇다. 세상 남자들 아내를 딸이라 생각하며 살면 한결 조심하며 살 것 같다. 나와 절친하게 지내시던 분도 외동딸만 있으신데 그분이 디너 파티에서 농담으로 “여자들은 모두 새 대가리야” 하셨다. 사모님과 따님도 ‘새 대가리’인가 하고 다시 쳐다보게 되었는데 모두 웃어 넘겨줄 뿐이었다.
#설거지와 빨래하는 남자
고백하건대 우리 집 설거지와 빨래는 내가 다한다. 이렇게 한 지 10여년이 넘었다. 내 와이프는 참 잔소리를 안하는 사람이다. 단 한번 설거지, 빨래, 집 청소 하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 다만 집밖 일들은 남자 일이라며 구분 지었다. 그렇다면 왜 내 스스로 집안일들을 하기 시작했을까? 그녀는 항상 내 손이 이 세상에서 제일 섹시하다며 추켜세웠었다. 처음에는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에 바보처럼 좋아만 했다. 일 열심히 하는 남편에 힘 되도록 하는 말이라 이해하고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러나 스스로 열심히 일한다고 말하는 친구들 참 일 못한다. 내게 곤혹스러운 순간들은 종업원들을 내보낼 때다. 거의 대다수가 이렇게 말한다. “사장님, 저 나름 참 열심히 일했는데….” 그렇다. 일이란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편들 돈을 열심히도 벌어야 하지만 잘 벌어와야 인정받는 것이다.
와이프가 내 손 자랑을 해주던 어느 날 작은 그녀 손을 내 손위에 올려 보았다. 그녀 손등에는 그동안 안보이던 푸른 정맥 핏줄이 올라와있고 뜻밖에 손끝이 거칠었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가 여자는 손이 이뻐야 한다며 절대 설거지나 빨래 안 시켰는데…”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듯 혼자 말 했지만 흰 종이에 베이듯 사뭇 아팠다. 그후 때때로 일어나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한인 성격이 직접 해야 속이 시원해서 그런지 식기세척기를 사용 안한다. 무거운 식기와 주방장비들은 여성에게 힘겨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식당 버스 보이들이 남자인 점이 이해가 갔다. 식사 후 앉아있는 것보다 서서 설거지 하는 것이 운동과 소화에도 도움이 됐다. 와이프 손 보호해주고, 소화 잘되고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여유없이 식사하는 남성들
옷 빨래도 마찬가지다. 주로 위층이나 아래층에 있는 세탁기에 옷 더미를 들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 여성에게는 힘겨운 일이다. 내가 해보니 설거지 5~10분, 옷 접는 일 또한 5~10분, 하루에 10~20분 정도 간단한 운동으로 생각하고 남편들이 하면 참 좋다. 그러면 여자들은 무엇을 하냐며 비아냥 하실 남성들도 있을 것이다. 모두 마음먹기에 달렸고 여성분들 할일 많다 (Don’t worry). 그런데…잔소리 안한다는 내 와이프도 여자는 여자다.
잔소리는 여자들의 특권 아닌가. 어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깔끔히 하고있는데 TV앞에 앉아있던 그녀가 부엌으로 걸어오며 “내가 한국 남자들 제일 싫어하는 점이 식사 끝나자마자 식탁에서 발딱 일어나서 나가는 건데 식사 후 좀 여유 있게 쉬었다가 하지…” 내가 되받아주었다. “이제는 설거지 시간도 자기한테 허가 받고 해야하나?”
#무라카미와 고독
이 코로나 사태에 그동안 못다했던 부부간 대화와 많은 독서시간을 갔고 있다. 근래 무라카미의 Hard-Boiled Wonderland 을 읽고 책 전반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외로움과 고독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적 고립은 우리에게 큰 외로움을 유발한다. 그러나 고독은 스스로 사색하며 오고 가는 여정이다. 외로움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한다. 독자분의 이메일 내용 중에 코로나 사태로 70만불 투자한 세탁소를 한순간 접고 빈손으로 나온 아드님을 걱정하시며 내 글이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는 어머님이 계셨다.
집과 여자는 가꾸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다면 “직장과 남자는 하기 나름” 이라 말씀드리고 싶다. 이 세상 직장 하나만 있는 것 아니다. 나 역시 한 때 천직으로 생각했던 직장에서 멋진 은퇴식 치르고 연금 받아가며 살리라 믿었다. 삶이란 외길만 보여주지 않고 평지만 있는 것도 아니다. 가시밭길, 자갈길 기나긴 숲길을 오르다 보면 뜻하지 않았던 멋진 풍광이 눈앞에 펼쳐지기도 한다. 그때 비로서 걸어온 길 주위에서 사랑과 정성으로 응원해 주었던 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끝없는 어머니의 근심 걱정, 손끝이 헤지는 줄 모르는 부인의 사랑. 남자라면 어떻게 잊을 수 있나. 혼자 걷는 길 아니다.
<다음에 계속>
글·사진/ Jeff Ahn
(jahn81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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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ff 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