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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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2월의 영웅

2021-02-08 (월) 강창욱 정신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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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는 워싱턴 같은 미국의 대통령들뿐만 아니라 특출한 영웅으로 여기는 두 사람이 늘 내 맘속에 있다. 나에게 그들은 성인으로 존경받아야할 만한 인물이다. 두 사람에게 1945년 2월은 잔인했다.

한 사람은 국제적 단거리 선수였던 에릭 리델이며 또 한 사람은 시인 윤동주이다. 에릭 리델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선수로서 1926년 파리의 국제올림픽 대회에서 우승후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경주 전날의 예선을 거부했다. 주일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영화로 꾸민 ‘불의 전차’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훗날 중국에서 불쌍한 농민들을 도우며 선교하다가 1943년에 일본군에 의해 산동성 웨이시안에 강제 수용되었다. 그리고 2년 후 1945년 2월25일에 수용소에서 뇌암으로 순교했다. 그의 나이 43세였다.

윤동주는 일본 릿교 대학에서 유학하던 시절 경찰에 체포되어 2년 후인 1945년 2월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사망했다. 24세였다.


이 두 영웅의 죄는 인류를 사랑했고, 깨끗한 삶을 살았고, 인간에게 유익한 것을 제공했고, 마음이 아름다웠고, 그들의 믿음 때문에 무저항의 희생을 치렀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귀중한 것을 남겼다. 그들이 남긴 것은 가련한 인류를 섬기고 동정하는 삶이다. 한 사람은 선교로, 한 사람은 아름다운 시로. 정치적 의욕이나 남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고 오히려 중생을 아끼고 가여워하며 보시를 한 사람들이다.

우리들에게 보이지 않는 악이 인류를 억압하며 그 악과 싸우는 것이 희생이라고 한다면 누가 알아줄까? 그들의 삶이 우리를 가르쳐주기 때문에 그들은 영웅이다. 그들을 그리워할 수 있는 것은 나에게 축복이며 특권이다.

<강창욱 정신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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