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변질된 공매도…“왝더독(꼬리가 몸통 흔드는 비정상적 상황)확산 가능성” 우려
2021-02-01 (월) 12:00:00
뉴욕=김영필 특파원
▶ 미 게임스톱 사태 후폭풍
▶ 끝까지 가는 개미-공매도 세력, 헤지펀드 “버티면 결국 주가 하락”…투자심리 악화 시장 변동성 커질듯
지난 29일 베어드에쿼티리서치는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스톱에 대한 보고서를 하나 냈다. 회사 측은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로 봐도 지금의 주가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적정 주가를 13달러로 제시했다. 이날 종가(325달러)의 25분의 1에 불과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프라인 판매 중심의 전략을 단순히 온라인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해서 주가가 지금처럼 폭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베어드는 5% 확률밖에 안 되는 급격한 사업 전환과 그에 따른 성공이 가능하더라도 목표 주가는 125달러라고 선을 그었다.
공매도 세력과의 싸움이라는 명분으로 시작한 게임스톱 사태가 이제 개미들과 헤지펀드 사이의 버티기 전쟁으로 국면이 바뀌었다. 개인들은 매수세를 이어가며 공매도 세력을 압박하고 펀드들은 끝까지 있으면 결국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일부 월가 투자자들이 끼어들면서 판이 커졌다.
월가 내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에 “심정적으로 동의한다”는 얘기가 있다. 특정 공매도에 개미들이 손실을 입은 사례도 많다는 것이다. 증시의 권력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이번 기회에 공매도의 문제점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게임스톱 사태는) 주목할 만한 순간”이라며 “마치 집 쇼파에 누워 TV로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의 농구 경기를 보던 이들이 코트에 뛰어들어 르브론 제임스의 슛을 막아내고 앤서니 데이비스를 앞에 두고 무자비한 덩크슛을 날린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보는 것은 단순한 것”이라며 “헤지펀드나 공매도는 월가를 지배한 적이 없다. 사실은 정반대”라고 강조했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주식에 투자하는 단기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3~9%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연평균 수익률은 15%다. 개미 투자자들이 많이 쓰는 콜옵션과 달리 공매도는 이론상 손실이 무한대다.
실제 소셜미디어 레딧의 ‘월스트리트 베츠’ 토론방에 개미 투자자들이 나선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킨 월가에 대한 대응이라는 글도 올라오지만 사실 상당수 투자자들의 목표는 개인적인 것이다. 이미 적지 않은 개미들이 게임스톱을 통한 수익을 빚잔치에 쓰고 있다. 디트로이트에 사는 정보기술(IT) 전문가 덴 코박스는 최근 게임스톱 주식을 팔아 2,500달러의 현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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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