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으로서 조 바이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얼까? 그의 앞엔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현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팬데믹을 잡고, 경제를 재가동하는 한편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을 재확립해야하며, 중국과 효과적인 경쟁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이런 모든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신속한 전 국민 백신접종이다. 하루 100만 명을 접종한다는 바이든의 목표는 지나치게 소박하다. 오는 4월말, 혹은 5월초까지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접종 목표치를 현재의 2배로 끌어올려야한다. 상향된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은 올라갈 것이고 바이든은 공화당은 물론 유럽과 중국과의 관계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지렛대를 손에 쥐게 된다.
현재 백신 공급 작업은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12월초, 트럼프 행정부의 알렉스 아자르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0년 말까지 총 2,000만 명의 미국인이 접종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숫자는 300만 명 선을 간신히 넘기는데 그쳤다. 이후 상황은 다소 개선됐지만 혼란과 혼동은 여전히 남아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부실한 백신공급 관리는 코비드-19 진단검사와 역학조사, 확진자 격리 및 의료장비 제공 등과 관련한 일련의 방역실패에 뒤이어 나왔다. 전 행정부가 초고속 백신개발 작전인 ‘오퍼레이션 와프 스피드’를 통해 자금을 제공하는 등 칭찬받아 마땅한 일을 했지만 민간부문에서 신속하게 백신을 만들어내자 정부는 다시 이전의 ‘수수방관 모드’로 되돌아갔다. 중앙 콘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에서 각기 다른 기준과 인프라를 지닌 주들은 원활한 접종 임무를 수행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들은 결국 즉흥적인 절차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한 결과는 충분히 예견 가능한 것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코비드-19 부실대응으로 뭇매를 맞았다고는 하지만 워낙 엄청난 실패를 저질렀기에 그보다 훨씬 혹독한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필자는 최근 발간된 졸저 ‘포스트-팬데믹 세계를 위한 열 가지 교훈’에서 최근 수십 년간 미국정부는 수표를 발행하는 일 하나만은 아주 잘하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들은 주로 감세와 세금 크레딧, 구제금융과 구호기금 등의 명목으로 발행됐다. 오퍼레이션 와프 스피드 기금을 비롯, 지난해 의회를 통과한 코비드-19 구호 패키지의 규모는 대단히 인상적이다. 그러나 현금을 나누어주는 것 외에 연방정부가 할 줄 아는 일은 없어 보인다. 예산감축, 기구해체와 정부 폄훼 등 지난 40년 동안 꾸준히 이어진 레이건주의가 가져온 후유증이다.
크고 복잡한 프로젝트를 담당할 국가의 능력을 하루 만에 복원할 수는 없다. 국가역량이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일도 있다.
바이든 팀은 출중한 능력을 갖고 있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의 팀이 정부의 중요성을 믿고 있고, 미국의 정부조직을 제대로 운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권력은 입법, 사법, 행정 등 3부와 수십 개의 연방기관들, 수천 개에 달하는 지방자치 단체들이 나누어 갖는다. 이들을 한데 묶어 범국가 차원의 공동작업을 진행하려면 사령탑인 백악관이 버거운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한다. 만일 정부를 그저 상징적인 제스처와 지지기반을 향한 시그널로 채워진 리얼리티 TV쇼로 바라보면 아무 일도 이루어내지 못한다.
연방정부는 이미 백신 비용을 모두 지급했다. 백신접종에 필요한 가용자금도 갖고 있다. 이제 정부는 미국민 전체가 신속하게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한다. 대통령은 군과 연방비상관리청(FEMA)을 총동원하는 것은 물론 스타벅스와 페더럴 익스프레스 같은 대형 민간기업들과 제휴하는 등 가능한 모든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사실 전국약국체인협회(NACDS)만 풀가동해도 하루 300만 명을 접종할 수 있다.
전 국민 접종은 전시 노력에 버금가는 작업이다. 신속 접종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개발도상국가의 전문가들조차 공격적인 접근을 주문한다. 우리도 수천 개의 접종장소를 세우고, 이들 대부분을 주 7일, 하루 24시간씩 운영하는 한편 인구밀집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위해 이동 접종팀을 운용하는 등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백신공급을 가속화하기 위해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 같은 접종노력은 인명구조, 생산력증가와 세수 확대를 불러오면서 필요한 경비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미국의 팬데믹 관리는 한마디로 대참사였고, 일반적으로 그렇게 인식되고 있다. 13개 주요국들을 대상으로 퓨 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서베이에 따르면 이들 중 84%가 미국이 코비드-19 대응에 실패했다는 견해를 보였고, 참여국 모두가 미국에 비해 팬데믹을 훨씬 효과적으로 관리했다고 답했다. 아이리시 타임즈의 칼럼니스트인 핀탄 오툴은 세계인들이 미국을 전과는 판이한 시각으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미국을 향한 이들의 감정은 찬양이나 혐오, 혹은 부러움이 아니라 동정이라는 얘기다.
새 행정부의 해외지원프로그램 수장으로 임명된 사만스 파워는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에 기고한 에세이에서 “미국은 탁월한 위업들로 세계의 추앙을 한 몸에 받아왔다”며 그 예로 2차 세계대전 동안 수행한 민주주의의 무기고 역할, 베를린 공수, 인간의 달 착륙과 인터넷 발명 등을 꼽았다. 만약 인류가 직면한 최대 난제를 바이든 행정부가 멋지게 해결한다면 전 세계를 향해 “미국이 돌아왔다”는 크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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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