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는 괜찮다. 주중 월~금 매일 오전 1시간 30분 이상 산책을 하겠다는 나의 새해 결심을 두고 하는 말이다. 누구든 새해 결심 중 빠지지 않은 것 중 하나가 건강일 것이다. 내 경우 지난해 말부터 재택근무를 하면서 생활의 패턴이 달라지고 약간의 건강 적신호가 켜졌다. 평소 드문드문 산책을 하기는 했지만 코로나도 장기화되는 이참에 아예 ‘일상’으로 만들겠다는 새해 결심을 하게 됐다.
물론 실천이 쉬운 것은 아니다. 솔직히 산책에 나서기 전 5분이 고비다. ‘몸이 찌뿌둥해서’ ‘어제 잠을 잘 못 잤으니까’ 등등 온갖 이유를 갖다 대며 산책에 나설 수 없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끊임없이 갈등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 보름 동안 성공률은 100%다. 10분쯤 걷다보면 언제 그랬냐 하듯 뿌듯함만이 찾아온다.
물론 매년초 ‘거창했던 새해 결심’이 열흘도 되지 못해 작심삼일에게 두 손을 들고 말아야 했던 ‘아픔’을 기억하며 오늘도 마음을 다잡는 중이다.
나를 비롯 수많은 사람들이 신년 초 지겹도록 되뇌는 새해 결심은 왜 늘 실패로 끝나는 것일까. 한국에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새해에 한 결심을 연말까지 꾸준히 지켜오고 있는 사람은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막연하거나 추상적이고 너무 원대한 새해 소망’이라면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 새해 계획을 세웠다면 비교적 구체적이어야 하고 목표도 명확한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그저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나선다면 중도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다이어트를 하겠다면 원하는 감량 체중을 결정하고 건강까지 생각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는 몇 이하로 낮추겠다는 실질적 목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외국어 공부도 마찬가지.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 ‘외국인과 직접 대화’ ‘자막 없이 영상보기’ 등 가시적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무리한 목표를 세우는 것도 안 된다. 구체적이고 작은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편이 낫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다짐은 공염불이 될 수 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엄청난 힘과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만 이뤄낼 수 있는 목표도 마찬가지. 의욕만 앞서다 보면 무리하기 마련이고 지레 지치게 된다. 새해 결심 성공을 위해서는 자신의 성향과 현재 위치, 능력에 대한 판단을 냉정하게 해야 하는 이유다.
흔히 새해 결심의 성공에도 노하우가 있다는 말이 있다. 이런 점에서 새해 결심을 연말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사람들의 이야기도 귀 기울만 하다. 석세스 스토리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자신의 돈을 투자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지불한 비싼 수강료나 레슨비가 새해 결심을 실천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돈이 아까워서’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했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새해 결심을 ‘널리 알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갔다는 사람도 꽤 된다. 사회적 요소는 어떤 다짐을 지키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자신의 목표나 결심이 다른 사람에게 중요한 부분이 되면 이를 유지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새해 결심 실천방법을 ‘긍정형’ ‘능동형’으로 표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새해 결심을 실천하기 위한 목표를 설정할 때 ‘~할 것’ ‘~시작할 것’과 같이 긍정·능동형으로 하는 편이 ‘~을 그만둘 것’ ‘~을 하지 않을 것’과 같은 부정형 보다 성공률이 높았다. 원하는 목표를 위해 새해부터 자신의 습관을 바꾸고 싶다면 긍정적 표현을 사용해보자.
어느 덧 1월 중순. 새해 결심을 두고 희비가 엇갈리는 시기다. 하지만 새해 결심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는 1월이 아주 중요하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이 있듯 새해 결심을 적용하는데 문제가 있었다면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플랜 중 솎아낼 것은 내고 보다 실천 가능한 계획으로 조정하면 된다. 또 앞서 언급한 ‘성공 노하우’를 참고해보는 것도 좋겠다.
작심삼일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차라리 포기하고 싶을 때 작심삼일을 ‘무한반복’하는 편이 낫겠다. 작심삼일을 되풀이하다 보면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될 테니까. 오랜 시간 작은 변화들이 모이다 보면 큰 변화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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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광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