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징검다리 건너 노약자들이

2021-01-13 (수) 최청원 /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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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속수무책이었던 인류의 최초 백신 반격이 시작되었다. 큰 병원 의료진으로서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받았다. 1차 접종 때와 똑같이 주사 맞은 팔이 뻐근한 하루였다. 독감접종 때보다 더 아팠던 이유는 주사용량이 독감은 0.1ml 인데 코로나는 0.3ml 으로 설명된다. 접종한 동료들도 다 같이 팔이 경미하게 아팠던 증세뿐이었다.

함께 외래 오피스 환자를 돌보는 4명의 직원들에게는 혼자만 맞았다는 현실에 미안한 감이 든다. 곧 이들에게도 백신이 배당될 것이다. 가능하면 누구라도 접종하는 것이 본인은 물론 내 이웃, 내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자위해 본다.

옛 팝송 중에 정겨운 왈츠 리듬의 ‘긴머리 소녀’에서 “징검다리 건너 작은 집의 소녀야”라는 노랫말이 있다. 코로나는 징검다리를 건너 우리들, 특히 무증상의 확진자들을 디딤돌로 삼고 허약한 기저질환자나 노약자들에게 도달하여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 이 디딤돌 역할이 되는 개개인이 각기 접종을 한다면 징검다리의 디딤돌 하나하나를 치워버린 것이 되어 코로나가 개울을 건널 수가 없이 주저앉고 자멸한다. 이 때문에 의학계에서는 70% 이상의 대중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의 전쟁터에 백신이라는 큰 무기가 공급되었다. 선택의 우선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일 것이고 차선으로는 효과가 좀 미흡한 아스트라 제니카 백신일 것이다. 중국 시노팜 백신은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안 돼 있어서 추천을 못한다. 중국제는 자기를 낳아준 어머님 빼고는 다 짝퉁이라는 항간의 말처럼 신뢰도가 없다.

나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인류를 위해서도 백신 접종을 권한다. 백신의 부작용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의학의 원칙은 “약의 효능이 부작용보다 크면 사용하라”는 것이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냐”라는 말도 있다. 모두에게 신속히 백신접종이 이루어지도록 코로나 반격 전장에 참여하여 집단면역으로 인류 모두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승전보가 들려오기를 ‘긴 머리 소녀’ 노래가사처럼 두 손 모아 기원해본다. 이것이 새해 신축년의 소망과 소원이다.

<최청원 /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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