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흰쥐의 해, 2020년 경자년도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지고 신축년 새해가 어김없이 찾아왔다. 신축년은 소띠의 해, 특히 ‘흰소의 해’라고 한다.
기자는 토끼띠지만 개인적으로 소띠의 해가 가장 좋은 것 같고 소띠 사람들도 참 좋다. 무엇보다 소는 근면 성실하고 우직하며 불평, 불만 없이 오로지 앞만 바라보고 묵묵히 한길만 가는 특성이 있다.
수천년 동안 농경 사회였던 우리 민족에게 소는 사람을 위해 멍에를 지고 힘겨운 노동을 감내하는 착하고 성실한 동물로 부와 재산, 힘을 상징한다. 풍요를 가져다주는 동물이고 농가의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풍부한 노동력과 힘을 의미한다. 소는 죽어서도 고기와 가죽을 남겨서 사람을 이롭게 한다. 올해 신축년 소띠의 해가 우연의 일치만은 아니고 특별히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지난해는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작해서 끝난 한 해였다. 우리 모두 태어나서 상상조차 하지 못했고 경험하지 못했던 ‘뉴노멀’ 시대가 냉엄한 현실로 다가왔다.
생각해보면 참 힘든 한 해였다. 이전처럼 사람들이 모이지도 못하고 식당들은 영업을 제한받으면서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기자는 찬바람을 맞으며 거리에서 밥을 먹거나 차 안에서 점심을 먹을 때가 많다. 주위에서 사랑하는 부모님을 떠나보내도 제대로 된 장례식을 치러드리지 못하고 인생의 새 출발을 하는 젊은이들은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축복해주는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마켓이나 은행에 가는 것도 힘들고 사재기로 생필품 구입경쟁을 벌여야 한다.
무엇보다 근대사회 이후 최악의 실업률과 수입 감소로 인한 경제적 고통은 우리 모두를 힘들게 했다. 우리 모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지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도 시간의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는 진리가 새삼 실감난다. 새해를 맞아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지게 되고 새로운 계획들을 실행에 옮기게 된다. 비록 작심삼일에 그칠 수 있어도 많은 흡연자들이 새해를 시작하며 금연을 시도하는 것도, 많은 주위 사람들이 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새해가 주는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역사는 시간의 역사이다.
가장 큰 변화로는 오는 20일 조 바이든이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4년 만에 다시 민주당이 백악관을 차지했다. 아직 최종 인증절차가 남아있지만 민주당이 조지아주 연방상원 결선투표 2곳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연방의회 상·하원 양원을 장악하게 됐다. 새 대통령 못지않게 민주당의 연방의회 장악은 미국에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큰 정부’를 지향하는 민주당이 백악관과 연방의회까지 장악하면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동시에 있을 것이다. 모든 경제정책에는 빛과 그늘이 공존한다.
서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최고 2,000달러의 추가 개인 경제부양금을 포함하는 또 다른 경제부양책이 일사천리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다양한 추가 지원책이 나올 수 있다.
반면 기업과 개인이 부담하는 세금은 높아질 것이 확실시 된다. 대표적으로 기업들의 법인세가 오르게 된다. 개인의 경우 최고 세율이 현행 37%에서 39.6%로 인상되고 상속 및 증여세 혜택은 반 토막 날 것으로 예상된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공제를 허용하는 상한선이 도입되면서 역시 혜택이 축소된다. 그래서 뉴욕 증시는 민주당의 상원 장악을 악재로 보고 있다.
정치와 경제, 국제사회에서도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뉴욕증시의 다우, S&P 500, 나스닥 등 3개 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샌타 랠리’를 펼치며 연말을 화려하게 마감했지만 새해 증시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올해 미국과 세계 경제는 저성장을 화두로, 미중 무역 갈등과 다양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변수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가정과 사업에서 기본 경제원칙에 더욱 충실하는 것이다. 소득에 맞게, 그렇지만 건전하고 적정한 수준의 소비를 하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와 노후를 위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순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업소를 기억하자. 가능하면 한인업소를 애용해주고 한국제품을 구입해주면서 한인 커뮤니티와 조국 경제를 돕겠다는 마음을 가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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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부국장·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