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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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을 씻으며’

2020-12-29 (화) 성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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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분인
밥그릇 속이 깊다
밥 한 그릇이면
슬픔을 면하고
죄 짓는 일을 피할 수도 있겠지
요만한 깊이라면
발을 헛디뎌 넘어질 만한
함정이 될 수도 있겠다
나는 힘들게 살아가는 자라
밥그릇 속에 주먹을 넣어 본다
아니다
손을 펴 밥그릇을 씻어준다
톡,
두드려 주기도 한다

성명진 ‘밥그릇을 씻으며’

밥 한 그릇 버느라 애써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밥이 하늘인 것을. 슬픔을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결국 울면서 떠 넣은 밥심으로 다시 일어선다는 것을. 죄 짓지 않으려 망설여본 사람은 알 것이다. 밥이 함정인 것을. 텅 빈 밥그릇 속에 주먹을 넣어 다시 채울 것을 생각하다가, 한 끼 채워준 것이 고마워 씻어주고, 두드려주는 사람아! 가난이 찬란도 하여 흐린 세상이 다 비치는구나. 반칠환 [시인]

<성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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