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아름답고도 소중하다. 그러나 나는 그 소중함을 모르고 그냥 살아왔다. 돌아보면 내가 살아온 힘은 모든 생명들이 내재하고 태어나는 생명의 씨앗이 퍼지고 번성하려는 그 힘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모든 생명들의 궁극적인 과업, 자신의 DNA를 퍼트리는 일. 나도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그 힘에 이끌리어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것을 희생이 아닌 기쁨으로 살아온 세월이었다.
창밖에 보이는 풍경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내 귀에 들리는 음악소리가 즐겁고, 그리고 마음속에서 뻗어 나가는 생각들, 이런 것들을 할 수 있게 하는 생명, 이 생명은 어디서 왔고 이 생명이 소진하면 나는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별에서 왔고 별로 돌아간다고 천체학자들은 말한다. 별은 우리들의 원초적인 탄생의 지점이고 궁극적으로 돌아가는 고향이라고 한다. 나를 구성하는 모든 원소가 우주의 장대한 별의 탄생과 죽음의 역사 속에서 생성되고 만들어졌고 그 원소가 만들어 준 생명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별의 아들’이란다. “생명을 구성하는 6개의 주 원소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 황은 모두 별들이 죽으며 흩뿌린 우주의 먼지에서 왔다. 우리는 별에서 온 물질들을 통해 생명을 얻어 살다가 다시 언젠가는 다른 별과 행성 그리고 생명의 씨앗이 된다”고 그들은 말한다.
생태학자들은 “우리의 생명은 다른 생명에서 왔고 한 생명의 죽음은 다른 생명을 이어가는데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저명한 생태학자 베른트 하인리히(Bernd Heinrih)는 저서 ‘생명에서 생명으로’에서 장의사 동물 송장벌레에 대한 실험을 기술한다. 등이 딱딱한 금속성 검은색 바탕에 선명한 오렌지색 줄무늬가 새겨진 아름다운 벌레이다.
실험자는 그들이 좋아하는 죽은 생쥐를 집 근처에 던져 놓았다. 얼마 후 송장벌레 한마리가 기어 왔다. 사체에 가까이 와서 앞다리는 땅에 대고 뒷다리는 사체에 딛고 물구나무를 선 모양을 한다. 그리고 꽁무니에서 사체를 향하여 냄새 물질을 뿜는다. 얼마 후, 냄새를 맡고서 암컷이 날아왔다. 둘은 사체 위에서 낭만적인 연애를 하고 짝짓기를 끝냈다.
환상적인 짝짓기도 순간으로 끝나고 그들은 곧 부부로서의 처음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사체를 묻는 일이다. 딱딱한 등을 땅에 대고 사체 밑으로 들어간다. 공중에 있는 발로 생쥐를 들어올린 후 등을 비비면서, 둘은 약속이나 한 듯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부드러운 흙이 나오자 흙을 옆으로 밀어내는 형식으로 10여cm 파들어 간 후 항문에서 어떤 물질을 뿜어서 사체에 뿌린다. 이것은 항생물질로 사체에 세균이나 곰팡이를 죽여 식량을 보존하기 위함이다.
죽은 쥐 묻기가 끝난 후 암컷은 조금 떨어진 곳에 가서 유충을 낳는다. 그리고 둘은 열심히 생쥐의 살을 베어서 입속에서 잘 씹어서 유충에게 먹인다. 날개를 비벼서 찍찍 소리를 내면 유충들은 몰려와 엄마 아빠 입에서 먹이를 받아먹는다.
실험자가 며칠 후 생쥐가 묻힌 자리로 가보니 거기엔 털만 남아있고 구더기도 끼어있지 않았다. 이로서 송장벌레는 생쥐의 죽음을 자신의 유충의 생명의 재료로 재활용함으로 자연에 서비스 해주었다.
과학의 발달로 현대인의 의식은 자신의 주변에서 지구 생태계와 우주로 확장되어 왔다. 환경위기를 맞으며 지구가 입고 있는 얇은 녹색외투, 즉 생명그물망속의 모든 다른 생명과 마찬가지로 연결되어 있는 인류라는 종의 역할이 어떠해야 할지도 확실해졌다.
하인리히는 세상은 하나의 생물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무한한 공간과 억겁의 시간 속에서 별의 원소로 이루어진 나의 생명이 죽음 이후에도 우주의 장엄함과 아름다움 속에서 소중하고도 귀한 자연의 생명과 이어져 있기를 바란다.
생명이란 내가 의식할 수 있는 생명일 수도 있고 의식이 사라진 후 자연의 재료로 새로운 생명으로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것도 생명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본다. 어차피 ‘생명’이나 ‘죽음’은 인간의 언어이고 자연의 언어는 아니니까. 우주 속에서 영원히 지속되어야할 최대의 쇼, 생명의 잔치 속에 나도 어떤 형태로든 있기를 바래본다.
<
김은영 기후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