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80선대 찍은 달러인덱스…“내년에도 저달러”

2020-12-22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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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8개월 만에 90선 하향 돌파,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도 영향…월가선 ‘달러 가치 20%↓’ 전망도

80선대 찍은 달러인덱스…“내년에도 저달러”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2년 8개월 만에 90선 아래로 떨어졌다. 9,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경기 부양책과 함께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도 곧 접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전망이 겹친 결과다.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당분간 채권 매입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점까지 고려하면 내년까지 약달러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일각에서는 내년에 달러 가치가 20%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7일 뉴욕 상업거래소(ICE) 기준 달러인덱스는 89.822로 마감했다. 유로와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가 9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8년 4월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달러인덱스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시장 전체에 불안감이 엄습한 3월에 102.817로 치솟은 후 이날까지 12% 넘게 하락했다.


달러 가치 하락을 부추긴 요인으로는 추가 경기 부양책이 꼽힌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9,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에 합의했다. 양측이 주·지방 정부의 자금 지원 등 접점을 찾기 어려운 사안은 일단 미루고 시급한 현안부터 처리하자는 의지를 보이면서 마침매 합의에 도달한 것이다.

백신 공급이 빨라져 경제 정상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감도 달러 가치 하락에 한몫했다. 1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모더나 백신 사용 승인 소식을 전했다. 실제로 마이크 파일 블랙록 글로벌 최고투자전략가는 백신 공급으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내년은) 공격적인 경제 재시동의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내년은 수년 내 미국이 잠재 성장률 이상으로 성장하는 길로 들어서는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연준이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대규모 양적 완화(QE)를 하고 있어 달러 약세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준은 지금도 한 달에 1,200억달러어치의 국채와 모기지 증권 등을 사들이고 있다.

미 국채와 주요국 채권 금리 차이가 줄어든 것도 달러 가치 하락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오르기는 했지만 10년 만기 미 국채와 10년물 독일 국채 금리 차이는 1.46%포인트 수준이다. 지난 2018년 1월에는 2.1%포인트에 달했다. 그만큼 미국 채권과 달러 수요가 적다는 뜻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달러화 추가 하락은 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씨티는 달러가 내년에 추가로 20% 떨어질 수 있다고 봤고 골드만삭스는 6%, ING는 10% 추가 하락을 점쳤다. 앞서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내년 초 더블딥(이중 침체)이 오고 달러가 폭락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다만 달러 약세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반론도 있다. 수출국과 신흥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최소 유로화에 대해서는 예상만큼 약세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폴 맥컬 HSBC 글로벌 환율 리서치 헤드는 “아시아와 원자재 수출국, 신흥국 통화는 가능할 지 모르지만 유로화 같은 주요 통화에 비해 달러가 약세를 보인다는 것은 너무 부정적”이라며 “달러는 지난 몇 달 동안 유로에 대해 나쁘지 않았다. 사람들이 달러화에 대해 너무 지나칠 정도로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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