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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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성인의 탄생

2020-12-18 (금) 조정훈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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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7일은 베토벤의 생일이다. 그런데 금년은 특별히 그가 태어난 지 250년이 되는 해여서 더욱 뜻 깊은 의미를 갖는다. 세계 음악계는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다양한 음악회를 계획하였으나 불행하게도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모든 공개 연주회가 취소되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서구사회는 일찍이 그를 ‘거인’이라 불렀는데 한국에서는 ‘악성’(樂聖)이란 칭호를 붙여 음악의 성인으로 추대하고 있다. 그에 대한 수많은 평가가 있지만 “베토벤을 빼고 서구음악을 논할 수 없다”든지 “서구음악은 베토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와 같은 찬사를 고려할 때 그의 비중과 공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의 음악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긍극적 진선미’를 통합하는 최고의 예술성을 성취하였는데 이러한 업적을 음악가로서는 치명적인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이루어낸 것이라 더욱 소중하고 존경하게 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주제가 다양하고 광범위하여 장중함과 숭고함을 표현하면서 한편으로는 선율의 유연함과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다. 영웅적 투지가 깃들어있는 교향곡이 있는가하면 마치 소녀의 감성이 배어있는 듯한 피아노 소품도 썼다. 진정 그는 고전파음악의 완성자이면서 낭만파음악의 길을 열어놓은 선구자였다.


또한 중요한 것은 그의 음악 작품의 규모에 대한 것인데 이 분야는 그의 명성에 비하여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면이 있다. 대부분 음악 전문가들은 그의 마지막 작품번호가 Op.138이고 거기에 포함되지 않아 Wo0로 표기된 곡들까지 포함하여 2~300곡 정도로 추정한다. 그러나 가장 근대에 발간된 1968년판 Biamonte Catalogue에 의하면 총 작품수가 849개에 달한다고 명시돼있다.

또 한 가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베토벤이 음악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그를 가르친 스승에 관한 것이다. 대개는 어린 시절 고향 본에서 Neefe에게 배운 것과 비엔나로 이주한 후 하이든의 제자가 되었다는 정도로 알고 있으나 아주 어릴 때 궁정음악가였던 아버지로부터 음악을 배운 것을 포함하여 피아노와 오르간,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가르친 선생들과 하이든 이외에도 비엔나에서 대위법등 작곡법을 사사한 Albrechtsberger와 Schenk, 특히 성악곡과 오페라 작곡을 가르친 Salieri, 현악사중주 기법을 전수한 Foerster를 모두 합하면 총 열두 명의 선생을 둔 셈이다.

음악의 성인이 되기 위한 과정은 이렇게 철저한 교육을 통하여 이루어졌으며 난청이라는 최악의 장애를 극복하려는 초인적인 의지와 무심코 듣는 피아노곡의 주제를 만들기 위하여 수많은

스케치를 하며 완벽을 추구한 결과로 얻은 위대한 성취인 것이다. 시대와 민족을 초월하여 수많은 사람의 가슴깊이 감명을 주고 있는 그의 음악유산을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여 다시 한번 상기해본다.

<조정훈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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