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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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본능

2020-12-12 (토) 김지나 /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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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돌아왔다. 멀리 있는 아이들이 추수감사절을 맞아 무서운 코로나 19를 뚫고 내 집으로 왔다. 고양이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내려 차에서 마스크를 쓴 채 안부도 제대로 묻지 못하고 집으로 왔고 그 길로 지하로 내려가 자가 격리로 들어갔다.

방송에서는 추수감사절을 맞아 예방 차원에서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격리를 권장하고 있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미국 아이들은 과연 우리 한인들처럼 본인뿐 아니라 공동 생활하는 가족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한 격리를 할지 의문스럽다.

큰아이 둘은 학교 때문에 타주로 가버리고 남편은 출장이 잦아 집을 자주 비우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나만 이 집을 지키고 있자니 적잖이 외로운 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다 아이들이 오니 집이 북적인다. 집이 집다워지는 일 년 중 몇 번 안 되는 날이다.


회귀본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알에서 깨어난 연어가 강을 내려가 드넓은 바다에서 생활하다가 4년 뒤 다시 태어났던 곳으로 돌아가 알을 낳고, 꿀벌은 꿀을 찾아 멀리까지 갔다가도 반드시 집으로 되돌아온다. 동물들도 이러한데 집 떠난 자식이 명절마다 선물 꾸러미 들고 아무리 힘든 길이라도 기어이 부모님 집을 찾는 일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인간의 회귀본능이다.

그렇게 중요한 일인데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사람이 소규모로 명절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추석 명절에 부모들이 집으로 오지 않는 게 효도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죄스러움을 덜어주려는 마음을 내보이며 서로 쓸쓸한 추석을 보냈다고 들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모여 추수감사절을 행복하게 즐기라고 말하고,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모이지 말고 조용히 지내라는 말을 했다. 어느 쪽을 따라야 하는지는 각자의 가정에 맡겨지게 되었는데 바이든의 말이 천부당만부당 맞는 말이다.

우리 집 역시 불안전한 비행이나 이동이었다면 분명 집에서의 명절 모임은 자제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미국이 트럼프 같은 식의 코로나 대응을 한다면 영원히 회귀본능을 억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이든이 바통을 이어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트럼프가 바통을 줄까말까 줄다리기를 하고 있어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 19를 이겨내기 위한 매뉴얼을 강구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그나마 믿음직스러운 앤서니 파우치가 내년 5월경에는 모든 사람이 백신을 맞게 되어 코로나 19 이전의 생활을 할 수도 있다는 희망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제 지나간 일은 잊자. 바이든 시대가 시작되었고 그의 주름진 얼굴에서 풍부한 인내와 살아온 경험치로 인해 희망의 나라로 탈바꿈시킬 빛이 뿜어 나오길 빌어 본다.

우리 아이들이 명절에 마음 놓고 기쁜 마음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길 바라고 나와 같은 부모들은 마음껏 아이들을 맞이할 수 있게 집을 단장하고 맛난 음식으로 그동안 수고한 아이들을 안아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김지나 /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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