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10대 뉴스는…’-. 세밑이다. 한 해를 마감하는 시즌이다. 그 12월이 오면 언론사마다 앞 다투어 발표하는 것이 바로 ’올해의 10대 뉴스‘다.
이제 그 끝자락을 드러내고 있는 2020년. 이 경자년의 해에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 중 최대 사건은 무엇일까. 한 번 스스로 질문을 던져본다.
이걸 어떻게 불러야 하나. ‘추미애의 난(亂)’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따지고 보면 조국사태의 연장으로도 볼 수 있으니 ‘추국(秋國)사변’이란 말이 더 어울릴까. ‘검찰개혁’이란 미명하에 지난 1년여 간 줄곧 벌여온 그 난리굿에 사실상의 종지부를 찍은 검찰의 반정. 이게 바로 올해의 최대 사건이 아닐까.
한 명, 두 명으로 시작되더니 2100명을 헤아리는 대한민국 검사들이 하나가 돼 연명으로 소(疏)를 올렸다. 법무장관이란 사람이 말도 안 되는 사유로 검찰총장을 징계하고 직무정지를 내렸다. 이 파천황의 행태의 위법성을 공개리에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아니 조선조 500년 이래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 한 명, 한 명이 독립된 수사기관과 다름없다. 그런 평검사 99%에,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수원의 일선 고검장 전원, 그리고 심지어 법무부 파견 근무 검사들까지 합세했다.
그런 점에서 그 잠재적 폭발력은 조선조 때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 등 3사가 함께 올리는 소를 훨씬 능가한다고 할까. 이미 그 엄청난 파급력은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법무장관 감찰기구인 감찰위원회도 추미애의 검찰총장에 대한 조치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만장일치로 내놨다. 법무부 2인자도 장관의 횡포에 저항해 사표를 냈다. 법원은 ‘직무집행정지 처분이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한 검찰청법 행위를 몰각했다’는 지적과 함께 검찰총장 직무배제 무효화 결정을 내렸다.
이 모두가 2020년 12월 1일 하루에 일어난 일이다. 반정은 그리고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추미애 사단이 점거한 서울중앙지검에서 내홍이 발생했다. 제1차장, 2차장, 3차장, 4차장. 그리고 공보관까지 합세해 이성윤 검사장에게 사표를 낼 것을 종용한 것이다. 동시에 잇달고 있는 것은 양심선언 성격의 폭로로 검찰은 물론 다른 정부기구로 확산되고 있다.
권력의 심층부가 당황해하는 기색이 뚜렷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2일에서, 4일, 그리고 10일, 그런 식으로 주춤주춤 뒤로 밀리고 있는 것이 바로 그렇다.
착한 척 뒤에 숨어 비겁하게 침묵만 지키던 문재인대통령이 급기야 표면에 나서 ‘법무부 징계위원회운영에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교과서 같은 발언을 했다. 그런데도 내홍은 계속 되고 있다.
2020년 12월 1일은 대한민국의 민주질서를 깔아뭉개려는 추미애의 친위 쿠데타를 검찰이 반정을 통해 막아낸 사실상의 민주주의 승리의 날, ‘V 데이’로 기록되면서 문재인 정권은 급격한 내리막길에 몰리고 레임덕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는 형국이라고 할까.
문재인 지지율이 37%로 급락하고 있고 중도 층의 절반이상이 등을 돌렸다는 여론동향이 그 한 증거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란 보편가치로부터 멀어졌다. 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싸늘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는 고갈되고 있는 데 아파트 값은 미친 듯이 뛰고 있다. 경제원리와도 동떨어진 경제정책도 레임덕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거기에다가 변치 않는 김정은 사랑에, 중국몽의 미몽에 사로잡힌 ‘문재인 식의 나홀로 외교’는 문재인 청와대는 물론 대한민국을 점차 국제 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있다.
한 마디로 폭주를 하고 있다. 그 문재인 정부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 태도가 12월 1일 시점 언저리부터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586정권의 우군역할을 해온 진보좌파 언론들도 ‘추미애의 난’에 비판적 논조를 보이고 있다. 이 역시 레임덕 가속화의 한 현상이 아닐까.
동시에 잇달고 있는 것이 ‘문빠’로 불리는 문 대통령 극렬지지층에 대한 폭로다. 알고 보니 한줌(많아야 수 천 명)밖에 안 된다는 것이 한 국내 언론의 보도다. 그런 그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여론조작을 해와 심지어 여권 내부의 역학구도까지 좌지우지해왔다는 거다.
무엇을 말하나. 조반파 홍위병식 선전선동에 놀아난 것이 문재인시대의 한국정치가 아닐까 하는 반성이 언론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를 향한 언론의 논조 역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신랄한 어조로 변모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요즘 행태를 김영삼 당시 야당총재의 의원직제명을 밀어붙여 파멸을 자초한 유신정권에 비교하고 있는 것. 국정쇄신이 시급하다, 국민에 사과하라 등의 점잖은 충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자 언론들은 마침내 정권붕괴의 경고를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경고를 문재인 정부는 받아들일까. 답은 ‘아무래도 아닐 것’이란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울산 시장선거 공작사건,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사건 등의 원죄로 ‘이러다가는…’하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그런데다가 오기정치에, 스스로 만들어낸 거짓말을 사실인 양 믿는 리플리 증후군에 빠져 있는 것이 문재인 청와대로 보여 하는 말이다.
‘…결국 어떤 상황으로 이어질까’- 이어지는 질문이다. “코로나19가 집단행동을 막고 있지만 한순간 돌변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의 진단이다. “결국은 문 대통령도 감옥에 간 전임자들과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코노미스트의 보도다. 어느 진단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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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