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그리고 새로운 희망
2020-12-02 (수)
이지현 / 메릴랜드
유례없이 힘들었던 한해도 깊어가는 가을 정취와 함께 한 달을 남겨두고 있다.
옛날보다 훨씬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일상에서는 늘 긴장하며 살아야한다. 전에는 집 전화 하나였지만 지금은 식구 수대로 각자 요술쟁이 같은 전화 하나씩 보물단지처럼 중차대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그러나 수시로 오는 전화나 문자 카톡, 그 이외의 신호에 마음 놓고 답을 할 수 없고, 전화벨이 올려도 상대방의 신원을 알아야 마음 놓고 받는 세상이 되었다. 함부로 버리던 쓸데없는 종이들도 분쇄기에 콩가루처럼 싹 부셔서 버려야 되는 세상이다. 모두가 적이고 모두가 경계 대상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19라는 역병이 찾아와 인류를 힘들게 하고 있다. 그로 인해 마스크라는 또 하나의 생활필수품이 한층 더 깊은 침묵의 시간으로 우리들을 몰아간다. 가슴이 답답하고 그냥 온몸이 다 답답하다.
거기다 세계의 대통령이라 해도 좋을 미국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한해에 몇 년 동안 치를 법한 큰 사건들이 앞 다투어 일어났다. 몇 달을 용광로처럼 타오르는 산불에, 허리케인에, 지진에, 한 달을 두고 내리는 폭우에, 인간의 힘에 한계를 느끼는 시간인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힘들어 하고 있는데, 대통령의 권한을 아무 때나 마구 쓰려고 하는 사고뭉치의 철없는 아이처럼 떠들어대는 대통령 때문에 이 일을 어쩌나 하며 답답한 가슴을 어찌할 바 모르며 지내야만 하는 한해였다.
천지신명의 도우심이었는지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그런데 패자가 승복해야하는 전통을 깨고 쓸데없는 객기를 부리고 있다. 70회가 훨씬 넘는 생일케익을 먹었을 텐데 얼마나 더 촛불을 끄고 케익을 드셔야 철이 나려는지.
새로움은 언제나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준다. 새로운 그날엔 백악관의 새 주인과 모든 사람에게 더 큰 기쁨과 행복이 있으리라, 희망을 가지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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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 메릴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