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노멀 시대 장애인의 삶

2020-11-25 (수) 김효선 칼스테이트LA 특수교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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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관공서나 쇼핑몰이든 어디를 가든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장애인 주차장이 있다. 내가 차를 세운 장애인 주차공간을 쳐다보며 “평생의 소원이 장애인 주차증를 갖는 것”이라며 부러워하던 비장애인을 만난 적이 있었다. 장애인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 공간이 비장애인에게는 매력적인 편리함으로만 보인다는 것은 좀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에 장애인 복지나 주차공간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기에 미국에 온 한 장애인이 하는 말에 의아해했던 생각이 난다. 그 사람은 한국은 장애인이 살기 엄청 편리한데, 장애인의 천국이라는 미국은 장애인으로 살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미국의 장애인 주차공간이 건물입구에 가까이 마련돼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애인 주차공간에 차를 세우고 상점까지 들어가는 길이 장애인에게는 너무 멀다는 것이었다.

한국보다 미국은 땅덩어리가 커서 좀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든가, 장애인 주차공간이 전국적으로 보편화되어있어 장애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는 등 미국에서 오래 산 경험자로서 이런저런 말을 해도 그 사람이 겪는 불편함을 덮기에는 터무니없었다.


한참을 생각해봤다. 어떻게 그는 한국에서의 생활이 더 편안했다고 했을까? 생각해보니 장애인 주차공간을 운운하기에 앞서 예전에 한국에는 그런 것을 뛰어넘는 정이 있었다. 드라이브 스루는 아니어도 그에 못지않은 서비스가 존재했다.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동네마다 작은 식료품 가게가 있었다. 경적을 울려서 가게 주인을 부르고 “걷는 게 불편해서 그러는데요. 콩나물이랑 두부 한모만 주세요.”하면 자동차까지 한걸음에 물건을 들고 달려와 주는 정이 있었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간의 정이 살아있는 한국의 생활에 비해서 정보다는 법으로 정한 위치에 마련된 주차공간은 비교조차 될 수 없는 불편함으로 다가왔었나 보다.

경제발전과 함께 사회복지 수준이 높아진 한국도 이제는 상점과 아파트 건물들이 대형화되면서 주차장과 멀어지고, 상점이 실내로 들어가면서 장애인 주차공간이 그동안 살아있던 한국의 정을 대신하는 유일한 배려가 되었다.

그동안 장애인이 시간과 공간의 한계 속에서 비교되었다면 요즘 우리가 새로 경험하고 있는 가상현실과 비대면 만남으로 삶을 바꾸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시기를 지낸 후에는 어떤 비교가 일어나고 어떻게 적응하게 될까 궁금하다. 걱정스럽고 답답한 현실 속에서 누구나 하루빨리 코로나가 없었던 때로 돌아가길 고대하지만 그 후에도 과거로 돌아가기보다는 뉴노멀에 적응해야한다는 의견이 더 분분하다.

뉴노멀의 새로운 시대에서 장애인의 생활은 어떻게 변할까? 운전을 하고 휠체어로 이동하고 서서 강의하던 그 모든 움직임에 소요되던 에너지 사용이 현격하게 줄었다. 원격수업과 화상회의와 비대면 강의, 이메일 연락 등 모든 업무와 인간관계에 필요한 활동이 집에서 앉아서 하고 정신활동을 더 요구하는 쪽으로 변한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내가 직접 경험하고 있는 변화들이고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2019년 세계경제포름에서 미래에 필요한 능력은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력 그리고 협상능력과 협동능력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2018년 애플사에 새로 입사한 사람의 50퍼센트가 대학졸업자가 아니었으며 전기자동차의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교육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한 말이 어느 정도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게 한다.

그동안 장애인들에게 테크놀로지는 장애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어왔다. 이제는 테크놀로지를 장애보상에 그치지 않고 사회생활 전체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Abilities.com/Virtual” 컨퍼런스가 11월20-22일 이틀 동안 화상으로 열린다. 이 기회에 테크놀로지를 접해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고 비대면으로 사람들과 만나 함께하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김효선 칼스테이트LA 특수교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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