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병’ COPD 환자만 300만명, 진단율은 3%에 불과
2020-11-24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유광하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COPD 발병 원인의 80%가 흡연 때문이어서 예방을 위해 금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국대병원 제공]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담배 연기ㆍ가스ㆍ감염 등으로 인해 폐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겨 기도가 좁아지고‘빨대로 숨을 쉬는 것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병이다. 이를 방치하면 폐 기능이 떨어져 호흡하기 어려워져 목숨을 잃게 될 수도 있다. 한번 나빠지기 시작하면 증상이 호전되지도 않는 무서운 병이다. 세계 COPD의 날(11월 16일)을 앞두고‘COPD 치료 전문가’인 유광하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진료부원장 겸 천식ㆍCOPD센터장)를 만났다. 유 교수는“COPD의 원인은 80%가 흡연 때문이기에 예방을 위해 금연이 중요하다”며 “흡연력이 있고, 40세 이후 기침ㆍ가래ㆍ호흡곤란이 있다면 1년에 한 번 폐 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COPD가 아직 낯선 질환인데.
국내 COPD 유병률이 13%로 당뇨병(10.4%)보다 높지만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당뇨병ㆍ고혈압 등 다른 만성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개인 병원을 찾는 40세 이상 환자에게 설문 조사해 기침ㆍ가래ㆍ호흡곤란 중 한 가지 증상이라도 있으면서 10년 이상 담배를 피웠다면 5명 중 1명꼴로 COPD 환자였다. 40세 이상에서 300만명 정도가 COPD 환자로 추정된다. 특히 남성은 65세가 넘으면 절반가량이 COPD를 앓는다. 하지만 2.8%만 질병을 인지해 당뇨병 인지율(63.5%)보다 훨씬 낮다.
COPD 초기에는 폐 기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폐 기능이 50% 정도 저하돼야 증상이 나타난다. 그럼에도 이를 방치한다면 폐 기능이 점점 나빠져 호흡곤란 등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조기 진단ㆍ치료가 중요하지만 주증상이 천식ㆍ폐렴과 비슷해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COPD를 어떻게 진단하나.
호흡곤란이 가장 흔한 증상이다. ‘숨차다’ ‘숨쉬기 힘들다’ ‘숨쉬기 답답하다’ ‘숨을 헐떡인다’ 등으로 환자들이 표현한다. 만성 기침도 첫 증상일 수 있다. 하지만 COPD 환자는 흡연 때문이라고 대부분 무시한다. 기침은 처음에는 간헐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매일 하고 때로는 온종일 지속되기도 한다. 기침한 뒤에 끈끈한 가래가 오기도 한다. 가슴에서 쌕쌕거리는 소리(천명)가 목에서 들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기침ㆍ가래ㆍ호흡곤란 등 COPD 증상이 생겨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다. COPD 환자 스스로 병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숨이 차면 본인 상태를 병에 맞춘다. 예컨대 그전에는 2~3층을 걸어갔는데, 숨차면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걷는 속도를 줄이든지 하면서 본인이 증세를 느끼지 못하게 적응한다. 호흡곤란이 가장 늦게 나타난다. 하지만 호흡곤란이 생겼을 때는 이미 폐 기능이 50% 이하로 떨어졌을 때다.
COPD를 진단하려면 폐 기능 검사(본인 부담금 1만~2만원 정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 개원 병원에서는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증으로 악화해 호흡곤란이 일어날 때까지 제대도 된 검사나 진단을 받지 못한 환자가 많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COPD는 천식처럼 먹는 약이 아닌 흡입제가 치료의 근간이다. 흡입제는 질환이 있는 폐에 직접 약물을 전달하기에 적은 용량으로 효과가 나타나고 사용량이 적으므로 부작용이 작다. 하지만 제대로 흡입하지 않으면 폐에 약물이 전달되지 않아 효과가 없으므로 처방과 동시에 반드시 흡입제 교육이 필요하다. 흡입제를 꾸준히 사용하는 순응도가 증가하면 환자 사망률이 2배 이상 감소했다.
국내 연구 결과에서도 15분 정도 교육을 3차례 시행하면 환자들이 잘 사용하고 증상도 호전됐다. 그러나 우리 의료 환경에서 개원가에서 환자 한 명에게 15분 교육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폐 기능 검사자의 조건도 의사나 임상병리기사인 점을 고려하면 개원가에서 COPD를 진단ㆍ관리하기도 쉽지 않다. 매년 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폐렴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COPD의 급성 악화와 이로 인한 사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COPD 환자가 자신이 병을 앓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고, 병을 진단받아도 흡입제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등 질환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학회 등 전문가 집단이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더 늦지 않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다행히 정부가 폐 기능 검사를 통한 COPD 진단율을 높이기 위해 폐 기능 검사에 대한 효과 분석과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여당도 지난 총선 공약에 기능 검사의 국가건강검진 도입을 내세워 기대가 된다. 또한 1차 의료기관에서 천식ㆍCOPD를 효과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시범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COPD 환자 관리를 위해 매우 고무적이다. COPD를 앓으면 원상 회복하지 못하고 계속 악화되기에 조기 진단해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40세 이상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가까운 병원에서 폐 기능 검사를 받아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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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