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이든 당선자에 바란다

2020-11-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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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바이든이 제 46대 미합중국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역대 찾아보기 힘든 대격전이었고, 120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혼전이었다. 그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은 아직도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는 대단히 난감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남북전쟁 이래 가장 양극화된 미국의 균열을 목격한 대선이었다. 기나긴 대선 레이스 동안 공화 민주, 양당의 후보와 지지자들 간에는 골 깊은 적대감이 쌓였고, 그 앙금과 후유증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그래도 이제 미국은 새로운 미국, 새 출발이다. 지난 4년의 분열과 진통을 뒤로 하고 희망과 번영의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극단적으로 양분된 민심을 통합하고, 벌어진 상처를 봉합해야할 때이다. 바이든은 당선 소감을 통해 “모든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 다짐을 바탕으로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뿐 아니라 트럼프와 공화당을 지지한 7,000여만 미국인들의 절망과 좌절감도 아우를 수 있기를 바란다.

당면한 과제들이 무겁다. 지금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물결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코비드-19 확진자가 하루 20만명 넘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이제껏 최다 기록으로,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24만명에 육박한다. 21세기 미국이 맞이한 가장 참담한 비상시국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당선자가 인수위를 출범하자마자 코로나 팬데믹 대처를 최우선 과제로 세우고 발 빠르게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통제에 대해 거의 무능하게 대처해왔다. 팬데믹 초기부터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기본적인 방역조치에 나섰던들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전세계 1위라는 슬프고 수치스런 기록을 세우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 퇴치에 최우선 역점을 둠으로써 ‘암흑의 겨울’을 막고 의료대란 위기가 벌어지지 않도록 필사적인 노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때마침 찾아온 백신 개발 뉴스는 새 행정부의 팬데믹 대처에 힘을 실어줄 희망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경제회복, 인종적 형평성, 기후변화 등을 바이든 행정부의 4대 주요 과제로 내세운 것은 현 미국이 당면한 난제들을 날카롭게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지금 수많은 미국인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로 9개월째 크게 고통받고 있다. 소규모 자영업체들이 문을 닫고,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있으며, 실업자와 노숙자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이슈와 경찰력 과잉남용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하게 대두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환경 문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의 재가입은 물론이고, 지난 4년 동안 철회된 100여개의 환경 정책들의 복원이 시급하다.

아울러 미주 한인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특히 한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나갈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한미 동맹,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한 남북 및 북미관계, 한미방위비 분담금 문제, 한반도 종전선언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난제들이 산적해있다. 11일 바이든 당선자가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굳건한 한미 동맹을 확인하고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것은 일단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새 행정부의 정책은 한국의 안보가 위협받지 않는 상황에서 새 시대를 향한 뜻 깊은 변화를 이뤄내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민정책이다. 초강경 이민정책을 펼친 트럼프 행정부 때문에 지난 4년간 미국인들의 반이민 정서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로 인한 인종혐오 범죄도 위험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이민으로 세워진 나라다. 미국의 힘은 세계 각국에서 들어오는 이민자들의 ‘아메리칸 드림’에 의해 나날이 강성해져왔다. 미국의 저력인 이민자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정책을 폐기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정책을 세우기 바란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극단적으로 분열된 미국을 다시 하나 되게 할 리더십이다. 하나 된 미국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차기 행정부와의 원활한 인수인계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위대한 미국’, ‘정상의 미국’을 재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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