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겨울만큼 집 팔기 좋은 시기 없다”
▶ ‘매물 부족, 낮은 이자율’에 연말 매물 쇼핑객 넘쳐
올 겨울이 주택 처분 시기로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다. [준 최 객원기자]
봄, 여름 철 집을 장만하지 못한 수요가 연말을 앞두고도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어느덧 대선도 끝나고 이제는 추수 감사절을 앞두고 있다. 기온도 서늘 해지고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주택 시장만큼은 아직 열기로 후끈하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주택 시장도 동면에 접어드는 시기지만 올해는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 열기가 여전하다.
낮은 모기지 이자율, 매물 부족,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주택 시장 여건 변화가 가져온 전에 없던 상황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을 팔 계획이라면 내년 봄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내놔도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이 올겨울 주택 시장 전망을 살펴봤다.
◇ 올겨울 주택 시장 ‘이상 고온’
매년 봄철은 주택 시장이 가장 바빠지는 시기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주택 시장은 올해 ‘조용한 봄’을 보내야 했다. 코로나 봉쇄령으로 인해 주택 매매 활동이 전면 중단되다시피 했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마련됐다.
약 두 달간 쌓인 ‘억압 수요’가 봉쇄령 해제와 함께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주택 시장이 과열 양상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극심한 매물 부족에 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가 겨울 시즌을 앞둔 지금도 매물 찾기에 혈안으로, 올겨울 주택 시장을 그 어느 해 보다 뜨거운 겨울로 만들어 놓고 있다.
로렌스 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겨울은 집을 팔기에 가장 좋은 시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니엘 해일 리얼터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올해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 기간이 예년에 비해 연장됐다”라며 “겨울까지 이어진다면 올겨울이 주택 처분에 매우 유리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선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이 같은 상황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맷 밴 윙클 시애틀 리맥스 부동산 에이전트는 “코로나 봉쇄령과 자택 대기령으로 올해 주택 구입 기간이 수개월 연장됐다”라며 “연말 휴가철을 앞두고 있지만 바이어들의 매물 쇼핑이 여전히 활발하다”라고 설명했다.
◇ 억압 수요+신규 수요=매물 품귀
코로나19로 억압 수요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전에 없던 신규 수요까지 창출되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주택 매물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택 대기령이 완화된 지역이 많지만 여전히 재택근무와 원격 수업을 유지 중인 가정이 많다. 이런 가정은 무엇보다 충분한 실내 생활 공간이 필수적으로 실내 공간이 넓은 집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맷 커티스 부동산 브로커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최근 바이어들로부터 실내 공간 부족에 대한 호소를 가장 많이 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재택근무자 증가로 도심에서 교외로 이사하려는 수요도 급증 추세다. 이에 따라 교외 지역 주택 보유자들의 경우 올겨울이 집을 팔 기에 좋은 시기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바이어들은 여전히 넘쳐나지만 매물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도 올겨울 셀러들에게 희소식이다. 리얼터닷컴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주택 재고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9%나 감소했을 정도로 매물 부족이 매우 심각한 상태다.
내년 신규 주택 공급 상황이 다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있지만 지금 상태대로라면 집을 내놓는 대로 높은 가격에 팔리며 셀러에게 유리한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9월 매물이 팔리는데 걸리는 기간은 약 54일로 1년 전보다 약 12일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 당분간 셀러가 주택 시장 ‘쥐락펴락’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처럼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 유지될 경우 당분간 셀러들에 의해 주택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얼터닷컴의 조사에서 지난 9월 리스팅 중간 가격은 약 35만 달러로 작년 9월보다 이미 11.1%나 상승했고 평방피트당 가격 역시 전년대비 약 14%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셸비 맥대니얼스 체이스 은행 디렉터는 “셀러들이 가격과 거래 조건 등에서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라며 “셀러들에게 고민이 있다면 오퍼가 너무 많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셀러스 마켓’ 상황을 설명했다.
◇ 고 실업률 여파 당장 나타나지 않을 것
매물 부족, 가격 급등, 구입 경쟁 등 바이어들은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삼중고를 거쳐야 하지만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상 최저 수준의 모기지 이자율이 주택 구입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줘 내 집 마련의 발판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영 모기지 보증 기관 프레디 맥의 집계에 따르면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은 10월 22일 기준 전국 평균 약 2.8%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한 바 있고 이후에도 소폭의 상승세만 보이고 있다.
헤일 이코노미스트는 “낮은 이자율이 바이어들의 구입 능력을 개선해 주는 효과가 있다”라며 “주택 가격이 두 자릿수 비율로 올랐지만 바이어의 실제 지출 비용은 낮다”라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 여파가 주택 시장에 당장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도 전망되고 있다. 대선 결과에 따른 불안 요인이 남아 있지만 헤일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실업률의 영향이 적어도 내년 봄까지 주택 시장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올겨울 시즌까지는 주택 거래가 활발히 이뤄질 것을 기대되기 때문에 주택 처분 계획이 있는 경우 내년 봄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올겨울을 목표로 삼는 것이 좋겠다.
또 그 사이 재난 지원금이 지급이 승인된다면 경제 활동 및 주택 시장 회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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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