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선 후 폭력사태 우려된다

2020-10-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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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후 치러지는 2020 미국대통령 선거는 역대 어느 대선과도 달라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될 개연성이 크다. 사상 처음으로 팬데믹 와중에 치러지는데다 나라 전체가 극심하게 양분돼있고, 현직 대통령이 우편투표는 사기라며 선거결과 불복을 예고하고 있어 전례 없는 혼란이 예상된다.

특별히 우려스러운 것은 선거일 전후 투표장 주변에서, 혹은 개표 상황을 둘러싸고 폭력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버클리 행정부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 40%가 이번 선거가 공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대다수인 80% 이상은 폭력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믿고 있다. 트럼프와 바이든 양측 지지자들이 타협점 없는 극단적 적대감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곳곳에서 산발적 폭력사건이 보고되어온 가운데 특히 5개 경합주에서 민병대 등 무장세력과 시위조직이 폭력·소요 사태를 벌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내 각종 총기로 무장하고 군사훈련을 받은 민병대는 약 300개, 대원은 1만5,000~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선 전후로 이들의 활동이 증가할 경우 유권자들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인들의 총기와 탄약 구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우려를 더한다. 미연방수사국(FBI)에 의하면 올해 3월부터 9월까지의 총기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1% 늘어났다. 이런 분위기에서 베벌리힐스 시의회와 경찰은 11월3~4일 명품거리 로데오 드라이브의 상점들 문을 닫고 차량과 행인의 통행을 금지하는 초강수 예방책을 도입했을 정도다.


FBI와 국토안보부, 50개주 지역정부의 경찰력은 소요와 혼란에 대비, 투표소를 안전하게 지키고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특수작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 각 개인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신의 안전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방책을 숙지해야겠다. 대선 관련 가짜뉴스와 음모론, 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싸움을 부를 수 있는 정치논쟁을 피하며, 안전이 보장된 투표소에서 투표한 후, 되도록 외출을 자제할 것이 권장된다.

전무후무한 위기에 놓인 미국이 난국을 잘 헤치고 다시 단합된 국력을 되찾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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