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졸하다고 해야 하나. 집단성 열등감의 발로라고 해야 하나. 툭하면‘ ‘중국의 존엄성을 건드렸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불매운동을 벌인다.
중국 누리꾼들의 행태 말이다.
‘샤오펀훙(小粉紅)’이라고 하던가. 그 중국의 누리꾼들이 한국의 연예인을 타깃으로 또 다시 생떼성의 시비를 걸어왔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BTS)의 밴 플리트상 수상소감을 트집 잡고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녀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 BTS가 이 같은 수상소감을 밝히자 중국의 누리꾼들은 벌떼 같이 달려들어 “중국을 모욕했다” 등의 댓글을 퍼부어 댄 것이다.
‘국가 존엄을 무시했다’며 한국제품 보이콧까지 주장하고 나선 중국의 누리꾼들. 이는 회귀성 열병의 발작 같은 일과성의 해프닝일까. 그렇게 보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아 보인다.
누군가가 좌표를 찍는다.
그러면 6억으로 추산되는 ‘샤오펀훙’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댓글을 달기 시작한다.
거기에 공산당 선전기관이 직접 지휘하는 댓글부대 ‘우마오당’도 가세한다. 그 뒤를 따라 관영매체들이 보도를 한다.
그리고 정부 당국자들도 거들면서 판을 키운다.
중국 공산당의 주특기인 인해전술 식의 대대적 허위선동에 인터넷 여론조작 수법이다.
그 공작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고 할까. 중국 누리꾼들의 BTS 생트집에 국제사회에서 역풍이 불자 공산당 매체들이 기사를 삭제했다. ‘샤오펀훙’의 기세도 갑자기 수그러들었고. 이처럼 수위조절에 들어간 것도 그런 심증을 굳히게 하고 있다.
중국의 네티즌들은 왜 그러면 이 타이밍에 BTS를 타깃으로 난리굿을 벌였을까. 새삼 던져지는 질문이다.
‘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도왔다’-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다.
6.25에 대한 중국공산당이 내린 공식적 정의다.
그러니까 침략자 미국으로부터 북한을 도와 지켜낸 의로운 전쟁이 6.25라는 거다.
중공군이 압록강을 도하한 시기는 1950년 10월19일이다.
그리고 첫 기습에서 중공군은 승리를 거둔다.
1950년 10월25일, 그날을 중국은 참전 기념일로 정했다.
올해는 그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 70주년이 되는 해로 ‘침략자 미국을 패퇴시킨 그 때의 추억’을 되돌아보는 행사를 중국 공산당은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6.25는 소련의 스탈린과 중국 공산당의 마오쩌둥의 승인 하에 북한의 김일성의 기습남침에 의해 시작된 전쟁이란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25는 북침에 의한 전쟁이고 중국은 침략자 미국에 맞서 승리한 위대한 전쟁이란 거짓 선전선동을 줄기차게 해왔다.
그도 모자라 70주년의 해에 대대적 기념행사와 함께 ‘항미원조’ 전쟁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이다.
그 의도는 뻔하다.
미국과의 대립이 깊어지고 있다.
국제여론도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이 맞고 있는 처지다. 대처방안은 ‘애국심 팔이’다.
조작된 승미(勝美) 추억들을 계속 되살려낸다.
항미원조를 주제로 한 전쟁 영화, TV 드라마제작이 봇물을 이룬 것이 그 한 예다.
거짓에 기반을 둔 대대적 선전선동을 통해 ‘항미원조 전쟁은 중국이 미국과 맞서 싸운 소중한 정신적 자산’이라면서 인민들의 단결만이 살 길임을 강조하는 거다.
‘항미원조 정신의 대대적 선전선동에는 다른 모티브도 숨어 있지 않을까’- 상당수 중국문제 전문가들이 내보이고 있는 시각이다. ‘밖에서의 불장난’을 앞둔 국내전선 다지기의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70년 전 오판에 따라 6.25전쟁에 뛰어든 중국 공산당은 또 다시 잘못된 계산에 따라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만침공이 가장 유력시되는 시나리오로, 대만해협에서의 잇단 군사적 도발에 이어 나온 선전포고에 준하는 베이징의 초강성 발언은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BTS에 대한 생트집은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중 갈등 속에서 노골적으로 중국 편을 들라는 베이징의 신호로 보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3년 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조치를 통해 중국은 ‘한국 길들이기’에 맛을 들였다.
BTS의 밴 플리트상 수상을 핑계로 베이징은 그러니까 한 차례 애드벌룬을 띄운 거다.
미국의 반중전선 확대를 막기 위해 중국은 어떠한 무리수도 저지를 수 있다는. 그러니 알아서 기라는 식의 오만하기 짝이 없는 패권주의적 행태를 보인 것이다.
‘전쟁에서 희생된 중국군인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누리꾼들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중국 공산당 매체와 정부 당국자들이 옹호하고 나선 것이 그렇다.
중국 누리꾼들의 졸렬한 애국주의, 주변국을 한낱 관리대상으로 취급하는 베이징의 오만한 자세는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니 그렇다고 치고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자세다.
북한이 ICBM을 들고 나와도 우리를 겨냥한 게 아니라는 강변을 한다.
그리고 김정은의 달콤한 수사에, 감읍, 또 감읍이다.
주미 한국대사라는 사람은 중국 대변인 같은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거기다가 여당 정치인들은 한미동맹 때리기 경쟁을 벌인다.
압권은 여당의 최고위원이라는 사람이 한 발언이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6.25 전쟁과 관련해 한미동맹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중국의 자부심을 건드렸다’고 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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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