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학자금 보조 아는 게 힘이다

2020-10-16 (금) 이해광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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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의 학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대학 등록금은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것 같다. 칼리지보드에 따르면 2024년 공립대는 연 3만4,000달러, 사립대는 7만6,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대로 학자금 준비를 하지 않으면 12년간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해온 부모의 노력과 열정이 허사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대입을 앞둔 자녀들 둔 학부모들은 사상초유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문제로 더 애가 탈 것이다. 하지만 걱정만 하기 보다는 현명한 대처가 더 필요한 시기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미국 대학들의 학자금 보조 시스템을 제대로 알고 활용한다면 어느 정도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자녀들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해 학업을 무난히 마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선 내년 가을학기 대학 진학을 지망하는 학생이 먼저 챙겨야 할 것은 무료연방학자금보조신청(Free Application for Federal Student Aid· FAFSA)이다. 지난 1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FAFSA는 대학 진학에 필요한 다양한 학자금을 지원받을 때 필요한 기본이 되는 서류다. 여기에 기재된 내용을 토대로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그랜트는 물론 다른 학비 보조나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아직도 한인을 비롯 많은 학부모들이 FAFSA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200만명 정도의 유자격 학생들이 FAFSA 신청을 하지 않았으며 일부는 대학 등록금 지원이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FAFSA가 재정지원을 필요로 하는 학생만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인식했다니 안타깝다.

학자금 보조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어 당연히 받아야 할 베니핏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인컴이 많고 재산이 넉넉한 경우 학비 보조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 대학들은 학자금 보조 자격 여부를 인컴만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단순히 학생 가정의 인컴만이 아니라 지출, 자산, 부양가족 수, 특수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지출 등 전체적인 재정상황을 고려해 장학금 지급여부를 심사한다. 즉 부모의 인컴이 높더라도 앞서 언급한 요소들이 재정적 보조에 부합하면 재정보조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총 재학비용(cost of attendance)이 연 7만달러가 넘는 사립대들의 경우 연 소득이 20만달러 이하 가구들도 재정보조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자금 보조신청 시기도 중요하다. 적지 않은 학부모들이 합격통지를 받은 후 대학에 학자금 보조 신청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들은 합격통보와 동시에 학비와 학자금보조 내역을 결정한다. 대학들의 학자금보조 예산은 제한되어 있다. 커먼앱 마감과 동시에 장학금 신청을 해야 한다.

엄청난 학비 때문에 아예 사립대 지원을 포기하기도 하는데 여기에도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립대라고 모두 비싼 비용만 내고 학교에 다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립대에 재학 중인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재정 보조 혜택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테네시주의 명문 밴더빌트대학의 경우 재학비용은 7만달러에 달하지만 평균 장학금이 5만2,000여달러에 달해 실제 학생이 부담하는 비용은 1만7,000여달러 수준이다. 매서추세츠의 리버럴아츠 윌리엄스칼리지도 재학 비용은 7만4,000달러였지만 평균 장학금 5만6,000여달러로 실제 학생 주머니에서 나가는 비용은 1만7,000여달러로 비슷했다. 워싱턴대학(세인트 루이스), 보우딘칼리지(메인), 리드칼리지(오리건), 라이스칼리지(휴스턴) 등도 비슷하다. 학비는 엄청 비싸지만 그만큼 재정지원·장학금이 ‘팡팡’한 사립대학들도 팬데믹 시기에 더 각광받고 있다.

흔히 미국 대학의 재정보조와 장학금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말한다. 대학 학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팬데믹까지 덮친 상황에서 재정보조는 사막의 오아시스만큼 소중하다. 미국은 학비가 비싼 대신 정부와 대학, 각 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수많은 장학금을 제공하는 만큼 다양한 정보를 알아두고 혜택을 받는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이해광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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