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명’보다 ‘이윤’이 앞설 때

2020-10-14 (수) 12:00:00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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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은 12일 현재 21만 5,000명에 달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라 자부해 온 미국의 현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처참한 통계수치다. 그런 가운데 미국 코로나19 비극의 가장 큰 온상이 되고 있는 곳은 노인들이 생활하는 요양원과 장기 케어시설들이다. 코로나19 희생자의 40% 정도가 이런 시설의 입주자들과 직원들이다.

그런데 시설 별 사망자 현황을 살펴보면 개인 보호 장구를 철저히 갖추고 입주자들과 직원들에 대해 정기적인 검사를 실시해 온 곳들은 희생자가 별로 없다. 대부분의 사망자는 최소의 인력으로 형식적인 수준의 케어만을 제공해 온 부실 시설들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시설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이런 업체들은 비용절약을 통해 최대한 이윤을 짜내려 한다. 노인들의 건강과 복지는 시설의 1차적인 목표가 아니다. 돌봄은 줄어들고 직원들 수준 또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불행한 추세는 지난 수십 년 간 지속돼 왔지만 특히 트럼프 행정부 들어 한층 더 나빠졌다. ‘민영화’라는 명분 아래 시설들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사실상 풀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팬데믹을 이유로 이런 시설들에게 천문학적 액수의 지원금을 안겨주고, 덤으로 2024년까지 과실로 인한 사망 송사로부터 면제시켜주는 조치까지 취했다. 같은 몸통이라 여겨질 정도로 비합리적인 수준의 특혜이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많은 요양시설의 희생자 숫자는 바로 이런 특혜의 결과가 아닌지 묻고 싶다.

요양원과 장기 케어시설들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들에게 희생과 봉사를 요구하고 기대한다. 노고와 수고에 합당한 처우를 해줄 때 자부심과 책임감이 생기고 이것은 입주자들에 대한 정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필수업종 종사자들이라고 하면서 전혀 필수적이지 않은 것처럼 대우한다면 그것은 위선이고 모순이다.

저임금 근로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주면 생산성이 올라가고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에 좋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이것이 요양시설이라면 생산성은 노인들의 생명과 직결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요양시설 직원들의 처우개선 효과에 대한 미네소타 연방준비제도의 연구결과는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요양시설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주었더니 입주자들의 의료적 상태가 개선되고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까지 나타났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이직률이 낮아진 것은 물론이다. 연구진이 내린 결론은 이렇다. 미국 내 모든 카운티가 최저임금을 10%만 올려도 요양원 내 사망자를 매년 1만5,000명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수화 어젠다를 세게 밀어 붙여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보수정권들의 단골 메뉴인 규제철폐와 민영화이다. 항공관제 시스템에 이어 재향군인 병원, 심지어 교도소까지 민영화를 추진했다. 정부는 비효율적이지만 민간은 효율적이라는 맹신에서 비롯된 조치들이다.

물론 민영화를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분야의 특성에 따라 분명 더 효율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선별적이어야 한다.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업종이라면 더욱 그렇다. 비영리 병원이 영리 병원으로 바뀌면 이윤은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덩달아 늘어나는 게 있다. 환자 사망률이다. 공적 영역에 있어야 할 시스템이 민간 영역으로 이전돼 이윤을 동기로만 움직일 때 그 시스템은 과로하기 쉽고 결국에는 건강성을 스스로 해치게 된다.

날로 늘어나는 노인들을 수용하고 치료하기 위한 시설의 수요를 전부 공적 영역에서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민영화는 불가피하다. 다만 여기에는 엄격한 관리와 감독이 전제돼야 한다.

요양시설 입주자들이 존엄을 유지한 채 적절히 돌봄을 받고 쓸데없는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연방정부에 지워져 있는 책임이다. 이런 책임을 다하려면 정부의 지원금이 운영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입주자들과 환자를 돌보는데 제대로 사용되도록 철저히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 지금 연방정부는 이러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yoonscho@koreatimes.com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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