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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독재’라고 하던가…

2020-10-12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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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명 이상 희생됐다. 경제적 손실은 수 조(trillion) 달러가 넘는다. 세계의 권부 백악관도 뚫렸다.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없는 COVID19. 팬데믹이 휩쓸고 지난 후 세상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앞으로 10년 내에 어쩌면 미국 주도의 자유진보주의에 의한 세계질서는 종언을 맞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펜데믹 이후(Post-Pandemic)’와 관련해 소프트 파워 이론의 창시자 조지프 나이가 제시한 시나리오의 하나다.

“1930년대와 같은 권위주의 체제 전성시대 도래도 가능하다.” 계속되는 경고다. 대량실업사태, 경제난, 공동체로서 사회 붕괴현상 등은 포퓰리즘과 권위주의 정치에 아주 적합한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는 거다. 거기에다가 중국주도의 세계질서시대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포린 폴리시지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주의의 퇴조와 함께 앞으로 5년은 국제적으로 극히 불안정한 시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와 함께 2019년 말 현재 87개로 집계되고 있는 세계의 민주체제의 수치는 오는 2025년께에는 크게 감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 음울한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의 전쟁가능성이다. 트럼프가 재선되고 계속 대 중국 강경드라이브를 밀고 나갈 때 앞으로 5년 내에 미-중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적지 않은 국제정치 분석가들은 내다보고 있다는 것.

이 전망들은 꿰맞추면 한 가지 어두운 색조의 밑그림이 드러난다. 자유진보진영과 권위주의 체제진영의 대립구조로 세계의 정치지도는 날로 굳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 권위주의 세력의 구심점은 중국이고.

관련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말이 있다. ‘코로나 독재’, 혹은 ‘코로나 권위주의’다.

‘민주주의가 결손상황을 맞고 있다’-.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프리덤 하우스 보고에 따르면 지난 14년 동안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는 계속 뒷걸음을 쳐왔다. 그 정황에서 내습한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이다.

처음에는 세계적인 공중보건위기로 시작됐다. 그러다가 경제위기를 불러왔다. 그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은 이제는 민주주의 위기 상황을 불러오고 있다. 다른 말이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신 독재체제 양산과 함께 민주주의 퇴행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러스 방역을 구실로 감시체계가 강화된다. 반정부인사를 체포하고 특정집단을 속죄양으로 삼아 탄압한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억압되고 공정선거마저 해친다. 부정선거에, 공공재원의 횡령이 공공연히 자행되면서 투명성은 날로 떨어진다.”


프리덤 하우스와 조사전문기관인 GQR이 전 세계 192개 국가, 398명의 민주주의와 인권문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나온 응답들이다. 코로나19의 창궐은 민주주의와 인권 역행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는 것으로 지난 6개월 기간 동안 80개 국가에서 이 같은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는 거다.

대한민국은 예외지대일까. 아니, 그 반대로 보인다. 프리덤 하우스가 ‘코로나 독재 증후군’으로 지적한 사례들의 총집합체가 2020년10월 시점의 한국의 현주소라고 할까. 그 정밀한 진단에 ‘어쩌면…’이란 감탄이 나올 정도다.

권력을 견제하도록 설계됐다. 그 정부기구들이 있으나마나다. 권력에 의해 손발이 다 잘린 검찰총장으로 상징되는 검찰이 그렇다. 감사원도 비슷한 처지다. 사법부도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 언론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시민단체들은 어용단체가 아니면 그나마 다행일 정도다.

그런 가운데 ‘문재인 사람’들은 과거 소련제국의 관료계층인 노멘클라투라에 버금가는 특권을 누린다.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처벌되지 않는다. 조국, 윤미향, 추미애 등에서 보듯이.

‘조금만 다른 목소리를 내면 적폐로 몰아가고 내 편이면 무조건 감싼다’- 진작부터 연성 파시즘 증후를 보이고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 내습과 함께 그 증세는 날로 악성으로 경화되고 있다. 그게 문재인 정권의 현재의 모습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바이러스로부터 국민을 지킨다’- 펜데믹 상황에서 마치 권력이 부여받은 넘버 1의 천명(天命)인 양 모든 상황에 적용시키는 거다. 한국형 코로나 바이러스는 오직 광화문에서만 막강한 전염력을 발휘라도 하는 듯 방역을 빌미로 광화문일대에 어마어마한 ‘불통 차벽’을 쌓은 것부터가 바로 그렇다.

어느 정도의 위용인가. “평양보다도 더하다” “서울은 말 그대로 미쳤다(literally insane)” “완전히 우스꽝스럽다(totally ridiculous)” 등 외신기자들의 감탄(?)이 쏟아질 정도로.

이 같이 철옹성에 스스로 갇힌 채 국민이 북한군에 피살돼도 오로지 추진하느니 종전선언에, 중국몽과의 연대를 통한 현대판 소중화사상(小中華思想)의 발현이다. 중국이라면 질색이고 한미동맹을 절대적 지지한다(퓨 여론조사 결과)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서에는 아랑곳 않고.

그 결과는 무엇일까. 심각한 민심이반이다. 더 나가 거대한 국민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을 서울주재 한 외국인 언론인은 북한의 ‘김정은의 생각’을 빗대 이렇게 에둘러 썼다.

“… 북한이 남한이 그들에게 보내는 미소가 거짓이라고 간주하는 건 한국정치가 보여준 악랄함 때문이다. 북한은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도 퇴임 후 2~3년 내에 감옥에 간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분노한 민심을 단두대 삼아 대단치 않은 구실로 전직 대통령들을 감옥에 보내는 게 한국의 정치사다…. ”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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