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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가 되면, 무슨 재미로 살까?

2020-10-10 (토) 김지나/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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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0대 혹은 20대 때 4, 50대 아줌마들을 보며 생각했다. 저들도 여자일까? 무슨 재미로 살까? 저 나이에도 성생활을 할까? 당돌하게도 40세 정도가 되면 중년도 아니고 여자도 남자도 아닌 중성이라고 단언했다.

예전의 할머니, 할아버지 시대에 글을 깨우치지 못하면 문맹에 속해 그들에게 무료로 젊은이들이 글을 가르치는 일을 큰 자랑으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먹고사는 게 바쁘고 현대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깊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가는 생활이 전부인 그런 시대에는 당연히 글로서 문맹이 판가름 났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니다. 1인 핸드폰 시대가 열렸다. 이제는 핸드폰을 모르면 세상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되면서 핸드폰의 액정화면을 터치하지 못하는 사람이 문맹에 속하게 되었다. 나이가 많다고 ‘에헴’ 뒷짐만 지고 남들이 알아주기를 원한다면 시대적 착오에 뒤쳐져 사는 뒷방 늙은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젠 나이가 얼굴을 말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사고가 얼굴을 만든다.


그전에야 인터넷이 없어서 나이 많은 사람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만이 세상살이에 적합한 일임을 알고 나이 많은 사람을 우대하고 경로사상이라는 말로 존경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지금은 경험을 알려주는 대상이 사람이 아닌 인터넷이 존경받는 세상이 되었다. 물론 넘쳐나는 정보 과다로 쓰레기 정보도 많아 사실을 판가름하는 지식이 요구되기도 한다.

분명 나이가 드는 일은 슬프겠지만 그렇다고 아주 나빠지거나 인생을 달관하는 도인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 모르는데 나이가 든다고 갑자기 모든 걸 알 수 있는 건 아니니 말이다. 공자가 말하기를 40세는 ‘불혹’이라 해서 판단에 헷갈림이 없고, 50세는 ‘지천명’이라 해서 하늘의 뜻을 안다고 했다. 60, 70 모두 이런 식의 이름을 붙여 마치 나이가 들면서 세상의 이치를 모두 깨달아 죽음에 이르면 모든 걸 달관을 하는듯한 착각을 일으키게끔 공자가 종용했다고 본다. 점점 나이가 벼슬이 아니라는 말, 나이가 무슨 대수냐, 나이가 들면 더 아이가 된다는 말로 나이 듦을 깎아내리는 일도 허다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50대를 바라본 내 어릴 때의 중년은 힘겨운 일을 다 하고 은퇴해서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서글픈 나이인 줄 알았다. 지금 50세가 되고 보니 30세에 비해서 몸이 그렇게 아프거나 힘들지 않고 40세에 비해서도 급격하게 나빠지지 않았다. 이 추세로 간다면 앞으로도 아주 가파르게 늙지 않을 것이다. 서서히 60이 되고 70이 되고 그리고 80이 되겠지. 그리고 할머니가 되어도 무언가를 꿈꾸겠지….
50세가 되면 무슨 재미로만 사는 게 아니라 인생 제2의 서막이 열려 젊었을 때 하지 못했던 일들을 찾아 도전할 수 있고 더 성숙된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가꿀 수 있다. 우리만의 리그가 있다는 걸 그들도 나처럼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김지나/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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