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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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힘을 키우는 부력

2020-10-10 (토) 계영희/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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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위에서 커다란 돌을 올리며 무척 힘겨워하는 한 남자가 보인다. 이번에는 물속에서 돌을 올린다. 같은 무게의 같은 돌인데 그 남자의 표정이 한결 수월해 보인다. 맨땅에서 그렇게 힘들어 보이던 일이 물속에서 한결 수월하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힘의 작용을 받았다는 뜻이다.

그 힘이 물의 도움이며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뜨는 힘, 기체나 액체 속에 있는 물체가 그 표면에 작동하는 압력에 의해서 중력에 반대되는 위쪽으로 뜨는 힘, 혹은 아래에서 위쪽으로 뜨는 힘, 혹은 아래에서 위로 떠올려주는 힘이 부력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몸도 마음도 그렇다. 땅 위에서는 절대로 그럴 수 없는데 물속에 들어가면 부력에 의해 뜨는 현상이 생긴다. 물에게 도움을 청하면 내가 가진 것보다 몇 배 큰 힘이 생긴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우리의 가슴 저 밑바닥에도 위쪽으로 향하는 힘, 부력이 필요할 때가 있다.


세계가 앓고 있는 코로나로 인해 단절이라는 골짜기로 떨어져 정서적 유대감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 모두에게 불편하고 괴로움을 주기도 하고, 뜻하지 않게 죽음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아픈 소식을 접하는 요즘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알 수 없는 큰 슬픔이다.

또 사랑 때문에 상처받아보지 않고서는 사랑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사랑을 경험한 자들은 말하기도 한다. 사랑은 상처의 씨로 꽃이 피기도 하고 상처가 병이 되어 한 차례 지독히 앓고 나면 삶의 면역이 생겨 성장과 성숙의 열매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 슬픔과 상실의 아픔을 가질 때 치유하기 위한 부력의 힘의 필요가 절실해진다. 치유하기 위한 방법은 첫째, 자신이 겪은 일과 느낌을 나를 잘 아는 사람들과 나누면서 도움을 청하는 것으로, 이것은 마음을 편안하게 회복시켜주기 위한 단계이다.

둘째, 잃어버린 사람을 기억하거나 함께 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슬퍼할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다. 이것은 상실에 대한 가슴앓이 단계가 된다. 이 과정이 분노와 두려움, 슬픔 같은 아픈 감정들이 밀려와서 더 고통스러울지 모르지만 이 과정을 거쳐야만 집착과 미련을 보다 쉽게 끊을 수 있고 더불어 떠난 상대를 용서하는 마음도 생길 수 있다.

셋째, 상실에 대해 충분히 슬퍼하는 과정을 지나 완전히 가슴을 비워야하는데 이것은 새 술을 새 부대에 만드는 과정이다. 심리학자인 존 그레이는 만약 상실의 아픔과 고통을 가슴에서 완전히 비워내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친밀한 감정을 나누고자 한다면, 남자의 경우는 상대방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능력이 제한될 것이고 여자는 사랑을 받는 능력이 제한될 것이라고 한다. 그 의미는 아픔의 실체를 알지 못하면 그 슬픔의 감정에 이길 수 없다는 뜻으로 상실의 아픔을 충분히 겪어내지 않고서는 깊은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연, 이혼, 사별 등의 이유로 사랑이 끝났다고 하는 사람들이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면 충분히 울고 또 충분히 아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또 새로운 사랑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픔과 슬픔, 고통의 색이 서로가 달라도 우리 모두는 도움을 필요로 한다. 스스로 아픔의 무게를 혼자서 줄여나가기보다 마음을 열면 내 안의 힘을 만드는 부력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 부력은 먼저 도움을 청하는 단계로 시작하여 내 안의 힘 부력을 키워서 삶의 주인공으로 잘 성장하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이 되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 그 힘으로 주변을 사랑하고 사랑받는 행복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내 안의 능력을 알아가는 과정이며 나에 대한 모든 것을 깊이 존중한다는 뜻이니까.

<계영희/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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