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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뚫린 백악관… 안보위기로

2020-10-05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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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October)가 되자마자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가 내습했다.”

멜라니아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의 퍼스트 커플이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 사실이 공표된 것은 2020년 10월1일 늦은 밤이다. 그러자 나온 미 언론의 반응이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32일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사실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되고 있다는 것이 뉴요커지의 지적이다.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다. 트럼프는 ‘COVID-19’ 저주에서 탈출하려고 몸부림쳤다. 올 대선의 어젠다는 줄곧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배했다. ‘법과 질서’로 선거 어젠다를 애써 선점해 나가면서 그 흐름에서 벗어나려고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던 것. 그런데 대선 막바지에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으니….

이제 나머지 유세일정은 불투명해졌다. 확진자로서 지켜야 할 최소 격리기간이 14일이다. 그런데다가 74세의 고령에, 비만증세를 보이고 있다. 그 트럼프는 코로나19 합병증을 앓을 수 있는 ‘고위험군’에 속한다. 그러니 트럼프의 막바지 대선 유세는 ‘물 건너갔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판정- 그 정치적 파장은 이로 그치는 게 아니다. 앞으로의 대선일정 전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77세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도 건강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다. 만일의 경우지만 양 당 후보의 건강문제로 선거일정을 재조정하는 사태 발생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올 대선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 사상 가장 이상한 선거가 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집이 바이러스에 뚫렸다’-. 악시오스지의 지적이다. 백악관 주인인 미국의 대통령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은 한 마디로 쇼크다.

그 쇼크는 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증권시장이 출렁인다. 금값이 치솟고 일본의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유의 선물 가는 계속 떨어지고…. 불안정성이 전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이는 단지 건강상의, 미국의 국내 정치적 문제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정학적 이벤트로 봐야 할 것이다.” 폴리티코지의 지적이다.


미군 통수권자이자 핵 버튼을 항상 지니고 있는 대통령이 중병에 시달린다. 더구나 COVID 19의 경우 대통령은 홀로 격리되어야 한다. 이 역시 미국 역사상 초유의 일로 바로 안보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벌써부터 거론 되고 있는 것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미 수정헌법 25조에 따라 잠정적으로 대통령권한을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이양하는 방안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중병으로 정신이 흐트러져 있다. 미국의 적대국들은 그 상황을 예의주시한다. 그리고 모험주의 정책이나 침공의 ‘기회의 창’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어지는 악시오스지의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앞으로의 병세에 따라 미국의 군사와 해외정책결정 명령체계는 자칫 흐트러질 수도 있다. 그럴 때 심각한 안보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거다.

예상되는 그 핫스팟(hotspot-분쟁지대)은 어디일까. 남중국해, 대만, 중국과 인도와의 접경지대 등이 지적된다. 다른 말이 아니다.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어느 적성국보다도 중국이 미국 내 정치적 혼란을 틈타 도발해올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이야기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 그 타이밍 인지 베이징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공산당의 대만침공 시나리오가 그렇다. 어느 시기를 베이징은 그 가장 적기의 타이밍으로 보고 있을까. 미국 대선 직후가 될 수 있다는 게 다수 대만 관측통들의 주장이다.

‘트럼프와 바이든이 맞붙는 올해 미국의 대선은 대법원이 개입해야 하는 등 극도의 혼미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 대선이후 미국의 국내정정은 준 내전상태가 될 수도 있다. 바로 그 때에 중국이 대만침공에 나서는 거다. 미국에게 개입의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이것이 자주 거론 되는 중국의 대만 침공시나리오의 개요다. 그 침공 타이밍이 트럼프 대통령의 병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뒤늦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중국의 우한 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 사실은 쇼크인 동시에 수치다. 미국으로서는. 그리고 이는 정파를 떠나 미국인들의 분노를 유발하고 있지 않을까.

전 세계가 경악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조속한 치유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중국 발로 전해진 메시지만 다르다. 트럼프가 코로나 19의 위험성을 경시하며 까불더니 대가를 치렀다는 식의 조롱이 후시진 관영 환구시보 편집장을 통해 나온 것.

그런데다가 트럼프의 코로나바이러스 양성판정 보도가 중국관영매체를 통해 나가자 ‘이렇게 축하할 일이…’ ‘세계가 기뻐한다’ 등등 수 만 개의 악성댓글이 순식간에 따라 붙었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70%가 훨씬 넘는 미국인들은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퓨 여론조사 발표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과 관련해서.

그 중국인들이 그런데 미국대통령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로 판명되자 일제히 저주성의 비아냥거림을 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니….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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