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지, 천년을 지나도 그대로… 우리 민족의 종이

2020-10-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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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퓰리처상 수상자 강형원 기자의 한민족의 찬란한 문화유산

▶ (10) 한지

한지, 천년을 지나도 그대로… 우리 민족의 종이
한지, 천년을 지나도 그대로… 우리 민족의 종이

한지에 목판으로 인쇄된 우리 역사기록의 대들보. 1145년도에 김부식(金富軾)등이 집필하고, 1512년(중종 7년)에 간행된 옥산서원 소장 삼국시대사 삼국사기(三國史記). (국보 제322-1호)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중 강형원 촬영. 1573년(만력원년) 옥산서원에서 소장한 기록이 보인다. 목록에 ‘김부식 봉선찬(金富軾 奉宣撰)’이 찍혀있다.

한지, 천년을 지나도 그대로… 우리 민족의 종이
한지, 천년을 지나도 그대로… 우리 민족의 종이

1200년대 한지에 고려시대 목판 인쇄한 대방광불화엄경은 발(종이를 뜰 때 사용하는 대나무발) 자국이 선명하고, 지합(Formation: 종이바탕이 치밀하고 고른 것)이 좋아 보이고 장섬유로 보아 닥섬유를 수타고해(손으로 닥을 두들겨 섬유를 풀어주는 방식)를 한 것으로 보인다. 영천역사문화박물관(관장 지봉스님) 소장본.

한지, 천년을 지나도 그대로… 우리 민족의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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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천년을 지나도 그대로… 우리 민족의 종이
한지, 천년을 지나도 그대로… 우리 민족의 종이

한지 지합이 가장양호하며 수타고해가 잘 이루어진 종이로 보이는 세조(1455~1468) 대 왕명으로 목판 인쇄 제작된 경전 아비달마 대비파사론 권제20. 영천역사문화박물관 소장본.

한지, 천년을 지나도 그대로… 우리 민족의 종이

한지 종이를 뜰 때 사용하는 대나무발 자국이 선명하고 지합이 좋아 보이지 않고 점같은 것이 많이 보이므로, 잡티가 들어 있거나 닥나무 이외의 재료가 혼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는 조선 전기 1411년에 간행된 대표적 목판 인쇄물 대전화상주심경. 영천역사문화박물관 소장본.

한지, 천년을 지나도 그대로… 우리 민족의 종이
한지, 천년을 지나도 그대로… 우리 민족의 종이

한지 지합이 다소 안 좋아 보이나 장섬유가 많이 보이는, 그 당시는 수타고해로 장섬유가 더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1301년(대덕5년)에 목판 인쇄본 불정심 관세음보살 모다라니. 종이 texture를 비교하고자 같이 촬영한 미화 20달러 지폐는 평균 2년 조금 지나면 화폐 종이가 폐기 처리된다. 영천역사문화박물관 소장본.

한지, 천년을 지나도 그대로… 우리 민족의 종이

한국산 닥 나무에서 흑피, 청피를 제거한 속껍질을 정제해놓은 과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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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종이뜨기를 거쳐서 탈수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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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한지’에서 생산한 한지 종이를 건조 후 두들겨서 밀도와 평활도를 높인 합지(도침외발음양지)를 가까이서 보면 닥 나무 섬유질이 보인다.

한지, 천년을 지나도 그대로… 우리 민족의 종이

경북 ‘안동 한지’에서는 연간 70여가지의 한지를 50만장 정도를 생산하고 있는데, 10~15% 정도는 최상급 한지는 천연과정을 거쳐 생산하며, 조선 왕실에서 국가의 주요 행사가 있을 때 남기는 기록문서 조선왕조 의궤용 한지도 만든다. 최상급 한지는 1300년 수명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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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통령 표창장이나 임명장에 쓰이는 최상급의 한지. 경북 ‘안동 한지’에서는 10~15% 정도 최상급 한지를 천연과정을 거쳐 생산한다.

한지, 천년을 지나도 그대로… 우리 민족의 종이
한지, 천년을 지나도 그대로… 우리 민족의 종이

한지로 만든 천연염색 의상. 우리 문화에서 다목적으로 쓰여온 한지의 용도는 계속 늘고 있다.

한지, 천년을 지나도 그대로… 우리 민족의 종이

김명순 작가가 한지를 꼬아 만든 끈을 가지고 제작하는 지승기법으로 만든 한지 공예품 팔각함.

한지, 천년을 지나도 그대로… 우리 민족의 종이

‘안동 한지’ 대표 이병섭 대표가 20년 동안 잠을 재운 쌍발 가둠뜨기 방식으로 제작한 풍산특산한지를 보관 원위치에 옮겨놓고 있다.

한지, 천년을 지나도 그대로… 우리 민족의 종이

많은 문명들 중에 자기 역사를 기록하는 종이를 직접 만든 나라는 몇이 안 된다. 1,000년 이상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한지 종이를 만들 수 있는 민족은 우리뿐이다.

대부분의 종이는 오래되면 그냥 먼지가 된다. 그러나 우리 한지는 천년이 지나도 끄덕 없다.

우리 선조들은 우리 땅에서 자라는 닥나무 껍질을 가지고 우수하고 다양한 한지를 만들어 써왔다. 우리 생활에서 필수품이던 창호지, 벽지, 장판지, 서예지는 물론 방패, 갑옷, 인쇄한 책 등은 문화생활을 가능하게 해온 다목적 생활 품목으로, 그 바탕에는 바로 한지가 있다.


신라 때부터 한지에 목판 인쇄를 해온 우리 조상들은 수많은 인쇄물을 남겼다. 불교가 우리 땅에 자리 잡으면서 수많은 불경 서적이 한지에 인쇄되었고, 1145년에 김부식(金富軾) 등이 집필한 삼국시대사이자 우리 고대 역사 기록의 대들보인 삼국사기(三國史記)도 한지에 인쇄되어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1966년 경주 불국사 석가탑을 보수하기 위해 해체하다가 발견된 불교 경전 무구정광대다라니경(704-751) 역시 한지에 목판 인쇄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이자 한지 인쇄물이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인쇄한 종이 재질 분석에 의하면 신라의 종이 가공법인 도침법(搗砧法)을 이용한 신라 지역에서 생산된 닥종이(한지)로 확인되었다.
가짓수가 많은 한지에는 수많은 질(quality)의 종이가 있는데, 조선시대 왕이 쓰던 종이는 으뜸으로 훌륭한 최상급 한지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 세조(1455~1468) 때 왕명으로 제작된 경전 아비달마 대비파사론 권제20을 분석한 이병섭 ‘안동 한지’ 대표는 “지합이 가장 양호하며, 수타고해가 잘 이루어진 종이로 보인다”는 평을 내렸다.

경북에 있는 ‘안동 한지’에서는 연간 70여 가지 한지를 50만 장 정도 생산하고 있는데, 이중 10~15% 정도는 최상급 한지로 천연 과정을 거쳐 생산하는 문화재 보수복원용 한지 전문 생산 공장이다.

1970년부터 한지를 만들어온 부친 이영걸 회장으로부터 대물려서 운영하고 있는 이병섭 대표는 조선 왕실에서 국가의 주요 행사가 있을 때 남기는 기록 문서인 조선왕조의궤용 한지도 만든다. 의궤용 한지는 외발 흘림뜨기 방식과 일광 건조로 만들어서 음양지(합지)라고 부른다.

한지 보관의 가장 최상 환경은 항온, 항습을 잘 유지하는 방법인데, 보통은 직사광선과 불빛이 들지 않고 통풍이 잘 되고 습도가 높지 않은 이상적인 환경에서는 천년 이상 갈수 있다고 한다.

한지 종이 보는 기준은 종이 바닥이 치밀하고 고른 것, 즉 지합(Formation)이 좋은 것과 이물질이나 협잡물이 없는 것, 그리고 종이를 들고 흔들었을 때 소리가 맑고, 종이섬유를 빛으로 비춰 보았을 때 광택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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