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헌법재판소는 24일 오후 2시(한국 시간)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크리스토퍼 멀베이(Christopher Mulvey, Jr.)의 헌법소원 심판청구에 대해 재판관 7대2의 결정으로 헌법 불합치 선고를 내렸다.
지난 2015년 제 4차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5대4 결정으로 합헌 결정이 내려진 것과 대비되는 결정이다.
이번 결정은 국적법 중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을 제한하는 조항(제 12조 제 2항 본문 및 제 14조 제 1항 단서 중 제 12조 본문에 관한 부분)이 청구인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여 위헌임을 명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향후 한인 2세들이 미국사회의 주요기관인 연방정부나 주정부, 육해공군 사관학교 등에 불이익 없이 진출하게 됐다.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를 처음 제기하고, 지난 7년간 사비를 들여 헌법소원을 이끌어 온 전종준 변호사(워싱턴 로펌 대표)는 “2013년부터 원정출산도 아니고 병역을 기피할 목적도 없는 미주 한인 2세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 국적법을 확대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으나, 그때마다 국민정서와 병역평등 부담의 원칙을 내세운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4전 5기의 정신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헌법소원을 제기한 결과, 7년 만에 드디어 헌법소원에서 승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복수국적을 해소할 수 없음으로 인해 공직 등 업무를 담당할 수 없게 되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사익침해를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지난 결정에서 외국에서 복수국적자가 일정한 공직에 취임할 수 없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는 극히 우연적인 사정에 지나지 않다고 판단한 것과 매우 대조되는 부분이다.
헌재는 다만, 법률의 공백을 막기 위해 위헌결정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고 2022년 9월30일까지 개선 입법이 이뤄져야 하며 그 때까지 입법이 안되면 2022년 10월1일부터는 그 효력을 잃게 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5차 헌법소원 청구인인 멀베이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영주권자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대한민국 국적과 미국 국적을 동시에 갖게 된 선천적 복수국적자로 미국에 살고 있다.
국적법 제 12조(복수국적자의 국적선택의무) 제 2항 및 제14조 제1항 단서에 의하면, 멀베이와 같은 남성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은 병역준비역에 편입되는 만 18세가 되는 해의 3월31일까지 국적선택을 하여야 하고, 그 때까지 국적 이탈을 하지않을 경우 병역의무를 이행하거나 38세가 되어 병역이 면제 되지 않는 한 한국 국적 이탈을 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주된 생활의 근거를 한국에 두면서 한국 국적자로서의 혜택을 누리다가 병역의무만을 면하고자 하는 선천적 복수국적자과 달리, 멀베이와 같이 주된 생활의 근거를 외국에 두고 한국 국적자로서 혜택을 누리지 않고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도 일률적으로 국적이탈에 제한을 가한 위 국적법 조항에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부분의 한인 2세들은 국적이탈 절차는 물론 한국 국적을 보유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으며, 이에 관한 한국 정부의 개별 통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