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산불, 기후변화, 그리고 인간 활동

2020-09-16 (수) 이은영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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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해안의 캘리포니아주와 오리건주, 워싱턴주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불 폭풍 수준이다. 확산세가 멈추고 있지 않은 가운데 캘리포니아에서만 올해 320만 에이커를 태웠다. 산불 인접 거주지 주민들이 이재민이 된 것은 물론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산불 발생 지역과 다소 떨어진 대도시 지역은 화재 연기와 재로 인해 대기질이 위험 수준과 건강에 해로움 수준을 오가고 있다.

몇주 만에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현대 역사상 가장 큰 산불 20개 중 6개를 겪었다. 지난달 데스밸리는 1913년 이후 최고 기온인 130도였고 6일 우드랜드 힐스는 121도로 LA카운티 최고 기온을 갱신하는 등 사막에서 해안까지 최고 기록이 무너졌다. 여기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스모그와 화재 연기로 인한 최악의 대기오염으로 고통받고 있다. 팬데믹에 이어 산불도 폐를 위협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산불은 가주 주민에게는 익숙하다. 하지만 이렇게 가주 전역이 산불, 폭염, 스모그로 들끓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주 발생한 밥캣 산불 인근 지역 주민들은 대피하거나 경고로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북가주 지역은 산불이 주택가를 덮쳐 주택이 전소되어 차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도 속출하고 있다.

밥캣 산불 지역에서 20마일 이상 떨어져 있는 한인 밀집 지역인 라크레센타, 라카냐다, 글렌데일 지역은 화재가 발생한 지난주부터 스모그와 재는 물론 매케한 냄새가 가득하다. 대기질이 위험 상태였던 지난 주말 코로나바이러스 위험에도 불구하고 다른 도시로 떠나거나 서둘러 공기청정기 구입에 나선 한인들이 많았다.

산불이 발생하면 자연재해 혹은 방화에 의한 인재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동시다발 산불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대두되고 있다. 지난 2001년 국제과학 프로젝트팀은 향후 100년 동안 지구에서 더 높은 기온, 폭염, 산불 위험 증가, 대기질 저하를 겪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지난 달 캘리포니아 전역은 최고 기온을 갱신했고 300만 이상 에이커가 탔고, LA,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 지역 대기오염이 급증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고온, 폭염, 산불 위험 증가, 대기질 저하를 경고한지 불과 20년만이다. 하지만 각 분야 전문가들은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이다.

기록적인 고온은 알려진 것처럼 온실 가스 배출량 증가로 점진적으로 가속화되는 지구 온난화의 산물이다. 스탠포드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온난화로 인해 산불 위험이 두 배 이상 증가한다. 온난화로 인해 캘리포니아에 불 폭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기후 과학자들이 수년간 경고해온 더 큰 재난이 미래에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캘리포니아 산불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은 기후변화이지만 가속화 시키는 것도 멈출 수 있는 것도 결국 인간의 활동이다.

<이은영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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