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역사의 종언’이란 오만 탓인가…

2020-09-14 (월) 옥세철 논설위원
크게 작게
‘공산주의’- 한동안 사어(死語)로 여겨졌다. 그 공산주의가 다시 뉴스가 되고 있다.

중국의 도전이 전 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같은 판단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그 실상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국장, 윌리엄 바 법무장관, 그리고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 이른바 트럼프 행정부 4인방이 지난여름 릴레이식으로 한 연설이 그 일환이다.

“중국 공산당은 해외에서의 선전선동에 거액의 자금을 살포하고 있다” “미국 내 중국어 언론은 거의 다 중국 공산당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사회 전복 등 악의적 대외영향력 강화작전을 펼치고 있다” 등등이 연설의 주 내용이다. 이와 함께 ‘공산주의’가 새삼 뉴스를 타고 있는 것.


왜 하필 지금의 타이밍에 공산주의 타령인가. 반중정서를 자극해 대선국면을 전화시키려는 저의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닌가. 일각에서 던져지는 질문이다. 다소 점잖은 비판은 이런 식이다. “시진핑은 스탈린이 아니다. 그러니 중국 공산당의 위협은 과장이다….”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차고 넘치는 것이 시진핑 통치 하의 중국은 사악한 공산전체주의 독재체제로 날로 굳어지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당(黨)은 모든 것을 절대적으로 영도한다. 사회주의 이념의 당은 국가를 지배한다. 개인은 말할 것도 없다. 경제도, 문화도, 언론도, 종교도, 교육도 당의 절대적 영도를 받는다. 한 마디로 20세기 공산 전체주의의 펀더멘탈에 충실한 것이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이라는 것이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의 지적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중국 공산당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충실히 따른다. 그리고 서방 자본주의체제 타도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방식만 달라졌을 뿐. 그런데 왜 비판이 비등하고 있을까.

“‘역사의 종언’(End of History)이라고 했나. 소련과의 냉전에서 승리하자 유행을 탄 화두가. 그 ‘역사의 종언’이란 오만(hubris)에 너무 오래 젖어 있었던 탓이 아닐까.” 스펙테이터지의 진단이다.

냉전승리는 민주정체가 모든 정체의 최종형태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때문에 사회주의 혁명 등 체제도전의 역사적 사건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도취감에, 또 자신감에 취해 미국은 중국에 대해 무제한적인 포용정책을 펼쳐왔다.

30년이 지난 오늘날 중국은 경제 대국이 됐다. 경제적 경쟁자가 된 것. 그로 끝나는 게 아니다.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의 가치, 인권과 자유가 그 토대인 서방 자유세계 가치관과 배치되는 가치관을 수출하는 지정학적 라이벌로 부상해 전 방위로 압박해오고 있는 것이다.

오만(hubris)뒤에 따라오는 것은 인과응보(nemesis)다. 그러니까 네메시스로 다가오고 있는 중국- 이것이 오늘날 미국이 맞은 최대의 도전이라는 것이다.


‘역사의 종언이란 오만에 너무 오래 젖어 있었다. 아니, 아직도 여전히 도취해 있다’-. 대선과 맞물려 형성된, 난기류성의 미국의 국내 정치기상도. 여기서 찾아지는 것도 바로 이 증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안티파, BLM(Black Lives Matter), 원정 시위대…. 인종폭동과 함께 일상용어가 되다시피 했다. 그리고 그들의 활약상(?)은 유튜브 등을 통해 매일같이 전해지고 있다.

그들의 구호가 그렇다. 과격 국내 테러리스트나 공산주의 구호를 빼 닮았다. 전술은 1920년대 마르크시스트의 교본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인종갈등문제에 파고들어 분란의 씨앗을 심어라. 그리고 내란상황을 유도해 미국을 파괴하라….

시위와 난동의 배후역할을 맡고 있는 BLM 글로벌 네트워크의 3인 창시자들은 일찍이 커밍아웃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훈련된 마르크스주의라고. BLM운동은 레닌주의 테러리스트가 그 한 뿌리인 것이다.

진보를 표방하는 미국의 주류언론은 이 같은 사실을 외면한다. 그러면서 안티파 등을 비폭력 평화 단체인 양 묘사한다. ‘공산주의자’니 ‘극렬좌파’니 ‘테러리스트’니 하는 용어는 결코 사용하지 않는다. 기득권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로 폭력시위를 옹호하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주의가 대세인 이른바 ‘포스트-포스트 모더니즘’시류 때문인가. 그도 아니면 ‘역사의 종언이란 오만’에 여전히 빠져 있는 탓인가.

네메시스로 다가온 중국 공산당은 미국의 국내 정치상황에 개입한지 이미 오래다. 최근의 그 결정적 단서는 워싱턴의 휴스턴 중국총영사관 폐쇄조치 배경에서 찾아진다.

중국 공산당은 선전선동에다가 댓글 부대 등을 동원해 인종폭동을 부추겼다. 그뿐이 아니다. 방화에, 폭동에, 무차별 폭력으로 얼룩진 BLM 시위를 배후에서 적극 지원했다. 노하우 전수는 물론 인적자원 동원에 이르기까지. 그 구체적 혐의가 포착돼 폐쇄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여기서 한 번 질문을 던져본다. ‘중국적 특색의 공산주의’는 무엇인가라는.

티베트에서, 위구르 자치구 신장성에서, 홍콩에서, 또 내몽고지역에서 극도의 인권탄압에 인종청소, 문화말살이란 반 인륜범죄를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는 나치수준의 극히 사악한 체제라는 것이 유럽의회가 결의문 채택과 함께 내린 정의다.

“문제는 그 중국 공산당의 광폭 행보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에서 날로 가속화, 그 독소가 계속 번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가디언지가 덧붙여 던진 경고다.

<옥세철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