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가 절절 끓고 있다. 역대 최고기록의 폭염, 사상 최고기록인 산불 때문이다.
노동절 연휴였던 지난 주말 남가주 밸리 지역의 최고기온은 데스밸리와 같은 121도까지 치솟았다. LA 카운티 관측 사상 역대 최고치였다. 연일 수그러들지 않는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했고, LA 한인타운을 비롯한 남가주 곳곳에서 연이틀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해 수만 명의 주민들이 에어컨도 켜지 못하고 찜통더위를 견뎌야했다.
산불은 올해 일찍 찾아왔다. 지난 8월 북가주에서 발생한 30여개의 번개복합 대형산불을 시작으로, 지난 주말에는 중가주 시에라네바다 산맥과 남가주의 샌버나디노, 앤젤레스 국유림, 샌디에고 카운티 등지에서 20여개의 초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 고온건조한 날씨에 강풍을 타고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산불 피해 면적이 벌써 220만 에이커를 훌쩍 넘었는데 이는 본격 산불 시즌인 10~11월이 오기도 전에 사상 최대 기록을 깬 것이다.
산불은 오리건과 워싱턴 주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미 서부 해안의 3개주가 활활 타오르며 막대한 재산피해와 인명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힘든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 들이닥친 폭염과 산불은 천재인가, 인재인가?
천재인 것처럼 보이는 많은 자연재난이 사실은 인재로 판명되고 있다. ‘엘도라도’ 산불처럼 아기 성별확인 파티에서 터뜨린 불꽃놀이가 원인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사람의 부주의로 인한 화재다. 또 담뱃불이나 모닥불, 혹은 방화로 인해 일어나는 산불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흘 동안 1만여회의 번개가 내리치는 기상이변이나, 계속되는 가뭄과 기온상승으로 산천초목이 건조해져서 산불 위험이 극대화되는 것 역시 인간의 자연파괴와 남용으로 인한 기후변화의 결과이니 결국 인재라는 것이다.
기후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지구의 기온이 계속 상승하고,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진다고 경고해왔다. 연례행사가 된 캘리포니아의 산불 역시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경고가 계속 있었다. 그것이 이제 더 이상 경고가 아니라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환경 재앙을 돌이키는 일은 불가능해 보인다. 다만 그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는 있다. 모든 사람이 경각심을 갖고, 나 한사람의 작은 행동과 선택이 자연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고려하며 지구환경 보존에 나선다면 더 큰 재난의 쓰나미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