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선이 다가오면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지지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의 비상식적인 대응으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기정사실화되는 듯하던 정권교체 전망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간 격차가 줄어들고 일부 경합 주에서는 역전되는 일까지 나타나고 있다. 반 트럼프 선봉에 서있는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조차 “2016년이 재현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든다”며 민주당 지지자들의 경계심을 촉구하고 있다.
아무리 실정을 저질렀다 해도 현역 대통령을 이기기란 결코 쉽지 않다. 역대 미국대통령 45명 가운데 재선에 나섰다가 실패한 사람은 10명이다. 재선 실패는 대부분 악화된 경제상황이 이유였다. 코로나19 실정에도 불구하고 경제문제에 관한 유권자들의 트럼프 지지는 상당히 견고하다. 현역 프리미엄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현재 바이든 앞에 놓여 있는 과제는 크게 세 가지로 집약해 볼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현재의 지지세를 실제 투표로까지 빠짐없이 연결시키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곧 투표 결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지한다고 밝혔음에도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유령 지지’에 다름 아니다.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어떤 일이 있어도 꼭 투표장에 나가 그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는 열성적인 유권자들의 규모이다. 6,00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트럼프 골수 지지자들 표는 정치학자들조차 놀랄 정도로 결집력이 단단하고 흔들림이 없다.
그런데 바이든 지지자들, 특히 젊은 유권자들에게서는 이런 열정을 찾아보기 힘들다. 18~29세 유권자들의 경우 바이든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트럼프보다 무려 25%포인트나 높다. 압도적이라 할 만하다. 문제는 이들의 표심이 별로 뜨겁지 않다는 것이다. 바이든 개인에 대한 호감도를 살펴보면 비호감 비율이 호감보다 오히려 4% 높다.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대안이 없어서 혹은 트럼프가 싫어서 바이든을 찍겠다는 미지근한 지지자, 수동적 지지자들이 많은 것이다. 과연 이런 유권자들의 지지가 얼마나 실제 표로 연결될지 의문이다.
트럼프 혐오에만 기대서는 한계가 있다. 혁신적 정책과 공약으로 젊은 지지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필 때 비로소 승산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 민주당 경선에서 맞붙었던 보다 진보적 색채의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샌더스가 온라인 유세를 통해 바이든 지지와 투표참여 호소에 적극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또 다른 과제는 선거인단을 고려해 효율적인 선거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바이든은 캘리포니아와 뉴욕 같은 큰 주에서 트럼프를 30% 내외로 앞서고 있다. 단 한 표만 많아도 그 주의 선거인단을 전부 가져가는 시스템 하에서 이런 주의 몰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전국투표에서 290만 표나 앞서고도 패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사실상 결과가 판가름 난 주들은 건너뛰거나 포기하고 적은 표차로 승부가 갈리게 될 주들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2016년 대선과 2018년 중간선거 결과, 그리고 인구 구성변화 등을 토대로 분석해 볼 때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는 곳은 애리조나, 플로리다.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그리고 위스콘신 등 6개 주이다. 막판 스트레치를 위해 이곳에 돈과 시간, 그리고 인력 등 모든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경 써야할 것은 자신의 입과 메시지를 보다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바이든은 잦은 말실수로 구설에 많이 오른다. 9월 들어서만도 여러 차례 말실수를 해 트럼프와 보수언론들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또 트럼프와 차별화하겠다며 분노에 가득 차 있는 유권자들을 쓸데없이 자극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일도 피해야 한다. 살얼음판 레이스에서 자신에 등을 돌리고 있는 유권자들을 자극해 얻을 것은 별로 없다. 입놀림과 메시지 관리에 한결 신중해야 한다.
전국투표에서 트럼프가 단 47%를 얻고도 당선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표를 훨씬 덜 받은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것은 분명 민주주의의 참뜻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따지고 논쟁할 여유가 없다.
바이든이 이기든 지든 대선 결과는 초박빙이 될 것이 확실하다. 그에게는 한 치의 실수나 한 순간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 상대가 코너에 몰릴수록 드세지는 트럼프라면 더더욱 그렇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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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