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셀프 미용’ 언제까지

2020-09-02 (수) 석인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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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지인이 “난 코로나 속에 우리 가족 전담 미용사가 됐어”라고 하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인이 핸드폰을 통해 보여준 사진에는 삐뚤빼뚤하게 머리가 이발된 어린 아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이·미용실의 운영이 장기간 중단되자 덥수룩해진 아들의 머리를 엄마가 직접 이발해 벌어진 결과였다. 얼마전 우리집도 자녀들의 머리를 직접 이발해 주기 위해 이발기 세트를 구매한 터였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은 머리 손질 법을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배워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미용을 책임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용제품 세트 판매가 급증하는가 하면<본보 8월31일자 보도> 전 세계적으로 ‘셀프 미용’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우스운 헤어스타일 사진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까지 ‘셀프 미용’으로 버텨야 하는 가이다. 코로나19 확산세는 끝날 기미가 도통 보이지 않는다. 많은 연구들이 내년 하반기가 되어서야 코로나19가 공식 종료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실 내년 하반기 코로나19 종식도 낙관적인 전망이다. 어쩌면 내후년까지도 바이러스의 여파는 이어질지 모른다.


최근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보건 지침을 준수할 경우 미용실의 실내 영업이 허용됐다. 지난달 28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가주 내 카운티별 위험 수준을 보라색, 적갈색, 주황색, 노란색 등 4단계로 구분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하고, 미용실은 위험 수준의 색깔과 관계없이 실내 영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드디어 몇달 만에 사람들이 전문가의 손길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LA 카운티의 경우 주정부의 새로운 가이드라인 발표에도 불구하고 다른 카운티들과는 달리 미용실의 실내 영업 재개를 즉각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한인타운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많은 업주들이 장기간 이어지는 정부의 미용실 영업 중단 조치로 생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하루빨리 영업을 가능하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몇몇 미용업소 업주들은 불법 영업을 강행하며 업소 운영을 중단해 경제활동을 멈추느니 벌금을 내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무기한 미용업소들의 영업을 중단하는 일은 무책임하다. 적어도 보건 지침을 준수하는 미용업소들에게는 기회를 줘야 한다. 한 번에 손님 한 명씩만 응대하기, 서비스 후 소독 철저히 하기, 실내 입장 가능 인원 제한하기, 서비스 동안 미용사와 손님 모두 마스크 착용하기 등 코로나 바이러스 속에도 안전하게 머리를 손질 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한다면 분명 길은 있다.

<석인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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