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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 한인회장 선거와 은행 승인

2020-08-21 (금) 문태기 OC지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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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실시된 올해 OC 한인회장 선거는 역대 치른 선거 중에서 가장 많은 논란거리를 만든 선거 중의 하나였다. 후보 등록을 시작하자마자 서류 미비 문제가 불거져 ‘소송을 하겠다’는 등 말들이 많았다. 또 자칫 경선으로 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유언비어도 난무했고 논쟁거리도 제법 있었다.

이 중에서 올해 처음으로 한인회장 후보에게 실질적으로 적용된 ‘은행융자 지불보증(Guarantor)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선거 세칙이 단연 한인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다. 이 세칙은 새 회관 건물 매입 당시인 2년 전 이미 만들어져 있었지만 김종대 현 한인회장이 유임하는 바람에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가 이번에 등장했다.

이 선거 세칙은 남가주 어느 한인 단체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내용으로 유독 OC 한인회장 후보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후보들이 이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에는 심지어 단독 출마라도 자격이 상실되는 중요한 사항이다.


실질적으로 이 세칙 때문에 5만 달러의 공탁금을 내고 직접 선거에 출마한 박미애 후보는 탈락의 고배를 마신 반면 권석대 차기 회장은 간접선거로 공탁금을 내지 않았지만 은행 지불보증 승인을 받아 당선됐다.

지난 수십 년 동안 OC, LA 한인회장 선거에서 이력서에 학력과 경력 허위기재, 공탁금, 불법 및 사전 선거 운동 등을 비롯해 여러 가지 문제로 논란이 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은행융자 지불보증 여부로 당락이 결정된 경우는 이번 선거가 처음일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본 상당수의 한인은 한인 회장을 선출하는데 은행융자 지불보증 승인 여부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아해 했다. 어떤 한인은 ‘한인 회장을 은행에서 뽑나’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인회 사정을 내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이해는 간다. 약 2년 전 매입한 낡은 회관 건물 개보수 공사비 60만 달러 은행 빚을 내면서 현 한인회장이 융자 지급보증을 섰고 차기 회장이 물려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 규정이 마련된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한인회 입장에서는 선거 세칙 조항에 은행 융자 보증 능력이라는 규정을 넣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보증인으로 되어 있는 김종대 회장이 임기를 마친 후에도 계속해서 남아있을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차기 회장에 당선된 권석대 씨가 바통을 이어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권석대 차기 회장이 2년의 임기를 마치고 향후 회장선거를 실시 할 때도 똑같은 규정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재정적으로 60만 달러에 대한 지불 보증 능력이 있는 한인만이 당분간 회장 후보로서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OC 한인회장 후보는 한인커뮤니티에 대해서 잘 알고 봉사정신과 리더십을 갖추고 5만 달러의 공탁금(올해는 예외적인 상황)을 낼 수 있는 재정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이면 충분했지만, 은행융자 지불보증 능력도 추가된 셈이다.


어쩌면 이 규정은 힘들게 마련해 놓은 한인회관을 재정적으로 더욱 더 튼튼하게 만들고 관리 및 운영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촉진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융자 지급 보증자인 한인회장은 향후 한인회관 운영이 잘못되어 차압당할 경우 자신에게도 일부 법적인 책임이 있어 임기 동안에 융자 페이먼트를 미납하기 않기 위해서 더욱더 노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한인회장은 빚보증이라는 ‘족쇄’를 임기동안에 차고 있어야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8월 말로 물러나는 김종대 현 회장은 회관 융자 페이먼트를 마련하기 위해서 빈 공간을 업소들에 임대해주고 타운 한인 단체들이 각종 행사를 할 때도 대관료를 받았다. 대관료가 비싸다는 얘기도 나오면서 논란이 있기는 했다.

역대 한인회장 중에서 최장기인 4년 2개월여를 재임한 김 회장은 임기 동안에 예금한 10만 달러 가량으로 한인회 융자 원금을 갚고 퇴임한다.

권석대 차기 회장도 코로나 19라는 어려운 시기이기는 하지만 한인커뮤니티의 미래를 위해서 한인회를 잘 운영해서 임기 동안에 어느 정도 빚을 상환했으면 한다. 재력을 갖춘 자선사업가나 기업이 한인회 부채를 일시에 갚아주면 더욱더 좋을 것이다. 한인회장 후보가 은행융자 보증 문제로 후보 자격에서 탈락하거나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태기 OC지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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