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팬데믹’이 우려된다
2020-08-21 (금)
코로나 팬데믹이 초래한 수많은 부정적 상황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것이 플라스틱 일회용품의 남용이다. 바이러스 감염예방을 이유로 소비되는 마스크와 장갑, 플라스틱백, 일회용 식기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자택격리령 이후 식당음식의 투고와 배달포장이 크게 늘었고, 온라인쇼핑 증가에 따른 포장패키지 쓰레기도 급등했다.
코로나 팬데믹 바로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플라스틱백, 컵, 빨대, 식기류 등의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채택하는 도시들이 점차 늘고 있었다. 그러나 코비드-19가 시작되면서 거의 모든 지역정부는 이 법안을 중지시켰고 오히려 일회용품 사용을 권장함으로써 환경보호를 위한 오랜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돼버렸다.
자연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모두 바다와 자연환경으로 배출돼 먹이사슬에 흘러들어간다. 쓰레기들은 파도와 조수에 의해 점점 더 작은 조각으로 쪼개지고 나중에는 가루처럼 작은 입자,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 이런 미세플라스틱을 해양동물들이 먹고, 그 물고기를 잡아서 결국 우리 식탁으로 돌아온다.
두달 전 유타 주립대학 연구팀은 미국 서부지역 11개 국립공원 및 야생보호지역에서 퇴적샘플을 조사한 결과 98%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매년 1,000톤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이 비와 눈에 섞여 내리고, 이를 우리가 매일 호흡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듯 금주 초 애리조나 주립대학 연구팀은 시신 부검을 통해 인체의 모든 기관과 조직이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돼있음을 밝혀냈다. 인간시신에서 채취한 모든 장기의 조직샘플을 분석한 결과 예외 없이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건강에도 나쁘고 환경에도 해악이 되는 플라스틱용품의 사용을 자제해야겠다. 일회용품을 남용하는 이유는 한번 쓰고 버리는 편리함 때문이다. 이제는 조금 불편하고 번거로워도 여러번 사용할 수 있는 대체용품을 선택해야겠다. 코로나 방역에는 일회용품을 사용해야 안전하다는 인식도 버려야한다. 식기와 쇼핑백은 잘 세척하고 말려서 쓰면 일회용품보다 안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현대인에게 플라스틱 없는 일상생활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같이 노력하여 조금이라도 줄인다면 코로나 팬데믹보다 무서운 ‘플라스틱 팬데믹’을 늦추거나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