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심화되는 디지털 교육 격차

2020-08-19 (수) 이은영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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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는 온라인수업으로 끝나나보다. 공부가 뒤쳐질까 걱정된다.”

캘리포니아 공립학교가 원격학습으로 2020~2021년 가을학기를 시작하면서 학부모들이 갖는 고민이다.

원격학습으로 지난 학년을 끝내고 새학기에도 다시 온라인 수업이 이어지자 자녀들의 안전에는 일단 한숨 돌렸지만 학력저하에 대한 걱정은 쓰나미급이다.


그나마 이번 새 학기에는 줌을 통해 교사가 강의하는 학교는 강의 없이 온라인 일정대로 숙제와 프로젝트만 했던 지난 학기에 비하면 나은 상황이다.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학부모들의 우려는 한결같지만 학교 폐쇄 이후 저소득층과 부유층 학군 간 원격학습 격차는 상당히 컸고 학부모들의 대응책도 확연히 달랐다.

LA통합교육구의 경우 4월말까지 25% 학생이 컴퓨터가 없어 온라인 학습에 참여하지 못했다. 렌트비와 식료품 부족을 걱정하는 학생들은 온라인 학습을 포기하고 대신 부모 일을 도왔다. 90%가 저소득층인 코첼라 밸리 교육구의 한 학생은 컴퓨터가 없어 휴대전화로 온라인 수업을 들으려고 했지만 인터넷문제로 결국 수업을 포기했다. 팜데일 학군의 필수직종 부모들은 컴퓨터 사용 경험이 전혀 없는 비영어권 조부모에게 자녀 학습을 맡기고 일터로 나갔다.

반면 부유층 지역 학군은 온라인일정과 숙제가 있고 교사와 구글 행아웃으로 연락이 가능했다. 게다가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학부모들은 개인교사를 동원한 그룹 과외를 통해 학력 저하를 보완할 수 있는 자체 교육시스템을 만들었다. 좀 더 철저한 온라인 강의와 학생 개개인 맞춤 지도를 하는 사립학교로 전학을 보내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그동안 수면 밑 빈곤층과 부유층 학군간의 아동 학습차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비드-19) 확산으로 인해 수면 위로 본격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양상이다. 우려되는 것은 원격학습 차이에 따른 교육적 불평등이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름방학 내내 주정부와 교육구들은 개학 시기와 대면 및 비대면 학습 그리고 교내 안전지침 준비로 기나긴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최근 오스틴 뷰트너 교육감은 “아이들이 안전하고 빠르게 학교로 돌아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교육구내 모든 학생과 교직원의 코로나19 테스트와 추적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언제 시작할지 아직 알 수 없고 개학 시기 또한 예상조차 할 수 없다. 현재 LA 지역 코로나19 새 감염사례 수준은 주 지침보다 2.5배나 높아 학교 재개 가능성을 규정하는 주 지침을 훨씬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가정은 지난 5개월 동안 더 악화되어 라틴계와 흑인 노동자 커뮤니티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더 황폐화되었다고 한다. 저소득층과 부유층 지역 간 코로나19 감염사례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자녀들에게 디지털 격차로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원격학습이 불가능하지만 주 교육구당국은 교사가 출석점검, 일관된 온라인 수업 제공 및 학생 학업상황 추적 등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교육에 디지털 격차라는 새로운 문제에 우리는 당면하고 있다.

<이은영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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