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 주 보건부는 지난달 30일자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HCQ)을 코비드-19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하루만에 번복됐다. 마이크 드와인 주지사에 의해서였다. 주지사는 “코비드-19 치료에 HCQ를 처방하는 것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문제”라며 “전문가 의견을 더 수렴해 이 문제를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라리아 예방 치료약인 HCQ는 과연 코로나 치료에 효과가 있는가. 이 혼란은 지난 3월 이후 끊이지 않고 있다. 오하이오 주 케이스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혼란의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혼란이 아직 정리되지 않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대통령과 다른 곳도 아닌 정부기관인 의료 당국의 말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국가경영의 최고 책임자를 선거를 통해 선출해 놨는데, 그 CEO가 관장하는 기관이 그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이 3권 분립이 아니라, 4권 분립 국가인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이 중요한 시점에 그 정도로 대통령과 국가 공중보건을 책임진 핵심 기관들의 말이 다르다. 대통령 측근에서는 “관료조직이 또 하나의 정부”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는 반면, 의료당국은 이 문제는 정치가 아니라 과학과 의학의 문제임을 강조한다. 국민들은 서로 다른 메시지 때문에 혼란을 느낀다.
HCQ 효과는 한인사회에서도 큰 관심사다. 카톡에는 코비드-19에 감염됐을 경우 복용할 HCQ와 특정 항생제의 용량이 명기된 처방전도 돌고 있다. 일부 잽싼 사람은 처방전이 없으면 살 수 없는 HCQ를 비상용으로 확보해 놓았다는 말도 들린다. 적지 않은 한인들이 시청한 한 유튜브는 코로나 치료약으로 HCQ를 적극 권장한다.
이 유튜브는 HCQ는 안전성이 검증된 약으로 코로나 치료용으로 사용할 경우 핵심은 복용의 타이밍임을 강조한다. 중환자실로 가기 전, 감염 초기에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용 용량이 적정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알려진 것처럼 미국의 의약품을 총괄하는 연방 식약청(FDA)이나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공식 입장은 HCQ가 코비드-19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성도 그 약이 루푸스나 관절염 약으로 처방됐을 때 이야기지 코로나에 감염된 때 검증된 이야기는 아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다시 파문을 일으킨 것은 지난달 말이었다. 연방 대법원 앞에서 열린 한 회견에서 일부 미국 의사들이 HCQ가 코비드-19 치료제임을 주장한 것이다. 보수 정치그룹이 주선한 이 회견은 역시 보수 뉴스 사이트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들 트럼프 주니어, 가수 마돈나 등이 이를 리트윗하거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페이스북, 트위트 등 주요 소셜 미디어는 ‘잘못된 정보’라는 이유로 이 회견의 유통을 차단했으나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난 후였다.
HCQ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코비드-19의 치료약이 없기 때문이다. HCQ는 가격도 저렴하다. 지금 미국에서 코비드-19 판정을 받으면 어떻게 되나. 우선 자가격리에 들어가 타이레놀을 복용하며 싸워나가야 한다. 증상이 악화될 때까지 입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감염자에게 이런 메시지들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예방과 치료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꺾지 않고 있지 않은가. 코비드-19에 감염됐다 회복된 ‘남미의 트럼프’라는 브라질 대통령도 얼마 전 완치 소식과 함께 HCQ를 들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미국 언론도 정파적이라고 한다. 대통령에게 유리한 것은 전하지 않거나 폄훼해서 보도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나라 언론이라면 더 좀 객관적일 것인가. 영국 BBC방송은 얼마 전 다시 워싱턴에서 불거진 HCQ의 효과 문제를 이렇게 보도했다.
‘옥스포드 대학이 병원에 입원중인 코비드-19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HCQ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약이 예방 목적으로 사용됐을 때처럼 치료 초기에 사용됐을 때는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연구 중이다.’
코로나-19는 효력이 검증된 백신보다 치료제가 먼저 개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얼마 전 앤소니 파우치 박사와 빌 게이츠 등이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소식을 잇달아 전했다. 맞춤형 치료약이 나올 때까지 HCQ에 대한 관심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한 가지,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의 특성은 그들의 말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판단은 각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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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