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의 미국 상황은 1860년대 남북전쟁, 1918년 스페인독감 대유행, 1930년대 대공황과 파시즘 준동, 1968년 폭동이 모두 한꺼번에 일어난 것과 같다. 한 해에 하나씩만 닥쳐도 버티기 힘든 대형 사건들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시작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노예해방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남북전쟁은 현재 극렬하게 양분된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으로 비유할 수 있다.
30여년이 넘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현재 전개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도저히 가늠이 안 가는 미증유의 사건이다.
1992년 4월 LA폭동 때는 사우스 LA지역을 중심으로 폭동의 전개상황과 한인피해자들을 찾아 연일 신발이 닳도록 뛰다보니, 수개월 사이 10파운드 이상은 살이 빠진 것 같았다. 1993년 11월에는 말리부 대화재로 호화주택이 불탄 현장을 수없이 취재했고 1994년 노스리지 지진 때도 한인 지진 피해자들을 취재하다보니 나중에는 피해자들이 꿈에서 나타날 정도였다.
2001년 9.11테러는 뉴욕에서 일어났지만 한인사망자도 21명에 달했으며 전대미문의 이 사건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미친 사회, 경제적인 여파를 취재했다.
2008년 7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인디맥 은행이 문을 닫고 그해 9월15일 뉴욕증시가 대폭락하면서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는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당시 한인은행들도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을 시기에 ‘타운 경제를 살립시다’라는 기획시리즈로 위축된 한인타운 경제를 살리는 취재에 총력을 다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번에 닥친 코로나19 사태는 태어나서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취재하기도 힘든 미증유의 사건으로 미국에서만도 이미 15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어 전율을 느낄 정도이다. 경제활동이 상당수 정지된 가운데 백신이 언제 개발되어 이 사태가 진정될 지 기약할 수 없는 상태이다. 미국의 대형 패션유통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식당과 일반 소매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아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성장기회를 잡는 기업들이 있다.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과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로 불리는 테크놀로지 기업들이다. 이제는 이들 기업의 서비스와 플랫폼 없이는 샤핑도, 원격 근무도, 교육도 불가능해졌다. 이들 기업이 코로나19 사태를 예견했을 리는 없지만 세상의 변화 추세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처한 것은 확실하다.
분명히 우리는 이전과 다른 세계에 살 것이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샤핑은 이제 생존을 위한 선택이 되고 있다. 통신과 IT 인프라에 대한 재정투자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의 일상과 시장, 세계를 송두리째 바꿀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4차 혁명의 시기가 코로나19로 인해 수년은 더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의 역사는 중세의 흑사병, 근대의 천연두, 1세기 전의 스페인독감에 이르기까지 질병과의 싸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세계화와 경제성장이 질병의 확산 속도를 키워왔지만 그 적응 과정을 거치면서 경제는 진화하고, 과학은 발전한 것을 지난 인류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의 무차별한 확산을 막아야겠지만, 코로나19의 공포에 감염되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1933년 경제 대공황의 한복판에서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우리가 단 한 가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로 두려움 그 자체다”라는 연설로 얼어붙은 미국 경제를 되살려내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공포에 맞서서 더 나은 세상, 더 안전하고 편리한 세상을 추구했기 때문에 위기는 인류문명 발전의 기회가 되어왔다. 코로나19 사태는 미국의 위기뿐만 아니라 인류의 위기이기도 한다. 세계화로 인해 모든 인류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오랜 기간을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할지 모르겠지만 결국 치료제는 개발되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파국을 피하기 위한 공조를 선택할 것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현재의 코로나19 사태를 두려워하기보다 확고한 믿음을 갖고 오히려 이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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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특집기획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