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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V, 그 불편함에 대하여

2020-08-05 (수) 석인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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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운전면허증을 갱신하기 위해 DMV에 다녀왔다. 미루고 미루다 더 이상은 미룰 수 없겠다 싶어 DMV 방문을 결심했다. DMV, 그 이름만으로도 악명이 자자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곳. 미국에 살면서 가장 가기 꺼려지는 곳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DMV를 택하겠다. 더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는 일을 기피하는 요즘, DMV 방문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불편한 감정을 동반했다.

오픈 시간 10분 전인 오전 7시50분께 집 근처 DMV에 도착했다. 길게 늘어진 줄을 보자 숨이 턱 막혔다. 햇볕이 머리 위로 내리 꽂히는 듯한 더위 속에 줄의 맨 끝자락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이 한 줄 서기가 아닌 두 줄 서기를 하고 있어서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긴 줄이 DMV 건물을 ㅁ자로 한 바퀴 돌아 이어져 있어 두 줄처럼 보인 것이었다.

체념하는 마음으로 15분 정도 서있자 DMV 직원이 건물 밖으로 나와 소리쳤다. “운전면허증, 리얼 아이디 등의 서류 업무를 보러 온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미리 작성해 인증번호를 받아야 합니다. 인증번호가 없으면 건물 입장이 불가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안 그래도 지난 밤 DMV 웹사이트를 방문해 어플리케이션을 작성하느라 1시간 넘게 시간을 소요한 터였다. 신분증, 소셜시큐리티 번호, 캘리포니아 거주지 증명 서류 등의 사진도 온라인으로 업로드 하려다 몇 차례 실패해 포기했지만, 다행이 서류 업로드를 하지 않아도 인증번호는 받을 수 있었다.

사전에 애플리케이션을 작성했고, 인증번호도 받았기 때문에 별도의 예약자 줄로 입장이 가능하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하고 DMV에 왔으나 예약자 줄은 존재하지 않았다. 2시간쯤 야외에서 더위를 먹으며 하염없이 줄을 서있자 드디어 입구가 가까워졌다. 직원들에게 챙겨온 필수 서류들의 원본과 인증번호를 보여주자, 마침내 접수번호를 받을 수 있었다. 2시간20분 만에 DMV 건물에 진입해 신분증 확인 후 사진을 찍고 임시 운전면허증을 받아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고작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는 일에 2시간20분을 써야 하다니 어디에다 화풀이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최근 취재했던 LA 한인 안모씨도 ‘DMV 방문은 재앙’과도 같다며, 운전면허증 갱신을 하기 위해 5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던 경험을 토로했었다. 코로나19 속에 몇 달간 문을 닫았던 DMV가 지난 6월부터 운영을 재개하자 사무소에 수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몰려 이같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안씨의 말이 맞다. DMV는 주민들에게 재앙에 버금가는 불편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더욱더 최악이다. 불편한 시스템에 대한 비난은 수년째 끊이지 않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곳 DMV.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다.

<석인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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