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주류언론 보도후 주문쇄도에 전화 마비
▶ “그동안 고마웠다…” 1,000달러 주고 간 고객까지, ‘동일장’도 코로나로 오는 15일 41년만에 문닫아
전원식당 전정예 사장 가족이 지난주 투고를 위해 업소를 찾은 고객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박상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아 눈물의 폐업을 결정했던 LA 한인타운의 대표적 한식당 ‘전원’(본보 7월28일자 A1면 보도)에 문을 닫는 순간까지 폐업을 아쉬워하는 고객들의 ‘마지막 사랑’이 쇄도하며 아쉬움과 훈훈함이 교차했다.
지난달 28일 본보를 비롯 LA타임스와 NBC 채널4 등이 일제히 한인과 비한인들로부터 사랑받던 전원식당의 폐업 소식을 전하자 수많은 고객들은 전정예 사장의 ‘고향의 손맛’ 음식을 더 이상 먹을 수 없다는 아쉬움에 전원으로 주문이 몰려들었다.
폐업 소식이 알려진 이후 사흘 내내 주방에서는 밤낮으로 준비한 음식을 포장해 나르느라 모두가 쉴 틈이 없었다. 전원식당 측에 따르면 이들 중 80%가 비한인 손님들이었는데, 너무나 많은 주문이 몰리는 통에 영업 마지막 날이던 지난달 31일 오후 무렵에는 전화가 폭주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여서 아예 전화선을 빼놓아야 했을 정도였다.
더 이상 전정예 사장의 정성어린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아쉬움에 식당을 찾았다가 주문이 밀려 발길을 돌려야 했던 타인종 손님들 중에는 “그동안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 꼭 다시 만나길 바란다”며 1,000달러, 700달러씩을 전 사장의 손에 꼭 쥐어주고 간 이들도 있었다. 또 뉴욕 등 전국에서도 LA를 방문했다가 전원식당의 음식을 맛보고 이를 잊지 못하던 한인들이 폐업 소식에 아쉬움을 표하는 전화들이 걸려왔다고 한다.
아들 제프 전 사장은 “메뉴에 없던 음식을 찾으면 어머니가 뒤져서라도 손님들에게 가져다 주곤 했다. 아마도 한인, 비한인 할 것 없이 단골 들이 기억하는 전원식당의 매력이 ‘오가는 정’이 아니었냐 싶다”며 “26년 동안 사랑과 관심을 주시고 식당을 찾아와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상황이 좋질 않아 지금은 문을 닫지만 반드시 좋은 날이 올꺼라 생각하니 그 때까지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내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을 닫는 그 날까지 바쁘게 움직여야 했던 종업원들은 손님들의 마지막 사랑으로 매상이 코로나 이전보다 2배로 치솟으며 보너스를 듬뿍 받을 수 있었다. 전원식당이 문을 닫은 지난달 31일 공영라디오 방송 KCRW에 출연한 푸드웹진 ‘이터 LA’(Eater LA)의 매튜 강 에디터는 “인스타그램에 마마스 드라이브-바이 키친이 전원식당의 마지막 주문을 받는다는 소식을 올리고 2초도 되지 않아 ‘솔드 아웃’을 기록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어쩔 수 없이 문을 닫는 맘앤팝 레스토랑이 조금 더 버텨주기를 바라는 단골들의 응원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1985년 미국으로 이민 와 26년을 한인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한 전정예 사장은 주류 방송에 출연하는 것보다 식당을 찾아주는 손님들의 맛있다는 소리가 가장 큰 기쁨으로 여긴 순박한 ‘마마’였다.
전 사장과 30년지기 부동산 에이전트 수 최씨는 “73세의 한인 이민자가 미국에서 열심히 식당을 경영해서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은 스토리가 찡하고 눈물난다”며 “마음이 따뜻한 친구인데 돈, 명예보다 ‘인심을 얻는’ 모습이 성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원식당과 함께 LA 한인타운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 중 하나인 ‘동일장’도 41년 만에 문을 닫는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2대에 걸쳐 가족 경영을 해 온 동일장은 지난 31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코로나사태로 5개월 동안 두 차례 셧다운을 거치면서 더 이상 유지가 어렵게 됐다”며 오는 15일 폐업한다고 밝혔다. 동일장은 지난 7월22일부터 화~토 주 5일 점심시간대에만 문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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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