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에 있으면서 독자들로부터 이것저것 문의 전화를 받는다. 최근 여러 어르신 독자들로부터 연방정부의 경기부양 지원금(EIP:Economic Impact Payment)과 관련한 문의 전화를 받았다.
80대 부부로 은퇴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한 어르신은 경기부양 지원금 2,400달러를 부부가 받았는데 정말 받을 자격이 있는지, 써도 괜찮은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셨다.
기자는 이 분에게 경기부양 지원금은 민주·공화당의 합의아래 연방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는 모든 미국민에게 일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며 당연히 받을 자격이 있고 필요한 곳에 유용하게 쓰시라고 말씀드렸다.
그 분은 “실업자가 된 것도 아니고 지금도 은퇴연금으로 먹고살고 있는 우리에게까지 이런 거금을 주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그동안 할아버지, 할머니 역할을 제대로 못해 항상 미안했는데 이 돈으로 손주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주고 용돈도 줘야겠다”며 기뻐하셨다.
SSI 웰페어를 받고 있는 또 다른 노인도 비슷한 문의를 해왔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수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제2 확산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개빈 뉴솜 주지사가 지난 13일 가주 전체에 다시 봉쇄령을 발동하기에 이르렀다.
한인사회도 주요 업종인 다양한 소매업소와 다운타운 자바시장 등이 심각한 매출 감소를 겪고 있고 직장인들은 실업 상태이거나 근무시간이 줄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1929년~1939년 대공황(Great Depression), 1973년과 1974년의 석유파동과 2008년~2012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 미국 건국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경제와 사회학자들은 이미 세상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분류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를 ‘뉴노멀’(New Normal)로 정의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한 만큼이나 연방정부의 대처 또한 전무후무하다. 기자도 이렇게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선 것을 본적이 없다. 정말 말 그대로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이 재선을 앞두고 있고 민주당도 백악관 탈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올해 대선의 해에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점도 민주·공화 양당이 경쟁적으로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배경이다. 물론 이같은 경기부양책이 우리 자녀와 자녀의 자녀 세대를 담보로 한 ‘빚잔치’ 임을 부인할 수 없고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연방정부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주요 경기부양책만 해도 사실상 전 국민에게 지급된 경기부양 지원금과 함께 실업자들을 위해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간 매주 600달러씩 지급되고 있는 특별 실업수당((PUA: Pandemic Unemployment Assistance), 기업을 위한 급여보호프로그램(PPP)과 최고 1만달러까지 무상 지원한 긴급 재난융자 선행지원금(EIDL) 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은 2차 경기부양금 지급 원칙에는 합의한 상태로 지원액수와 소득 상한선만 합의하면 오는 8월경 지급이 확실시된다. 또한 연방 특별 실업수당도 액수가 600달러에서 줄여 지급되거나 복귀 보너스 형태의 일시불 지원금 지급 등이 논의되고 있다. 2차 PPP 지급도 논의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다음 주에는 확정이 될 것이다.
여기에 각 주와 카운티, LA 시정부도 세입자 퇴거 유예, 소상공인 지원책, 저소득층 렌트비 지원책 등을 시행하고 있다. 부유층과 기업들의 코로나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한인사회도 LA, 뉴욕, 시애틀 등 전국에서 한인들을 돕기 위한 기금모금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문득 영화 ‘명량’에서 성웅 이순신 장군의 대사가 생각났다. 조선 전선 13척 대 일본 전선 300척간의 명량대첩에서 기적 같은 승리를 이끈 후 격군으로 참전했던 소년 수군으로부터 삶은 토란을 건네받은 이순신 장군은 “이거 토란 아니냐....먹을 수 있어서 좋구나”라고 말했다. 평범한 말이지만 너무나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사는 사람만이 먹을 수 있는 행복을 누릴 수 있고 이는 반드시 승리해 백성이 살아야 나라도 있을 수 있다는 그의 신념과도 괘를 같이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는 인종과 성, 지역과 경제여건을 떠나 ‘공통된 인류애’(common humanity)를 느꼈다고 생각한다. 내가 고단한 만큼 내 이웃도 고단하고 내 가족이 아픈 만큼 이웃 가족도 아프다. 힘든 시기이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힘들 것이지만 그래도 감사한 것은 감사하자. 기자도 감사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으면서 평온이 번민을 대체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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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부국장·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