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19 시대의 개인보호장비 중에서 효능이 거의 이야기되지 않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얼굴 가리개(Face Shield)가 곧 그것이다. 툭 하면 들려오는 마스크에 비하면 이야기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플라스틱 재질인 가리개는 착용이 간편하다. 비누로 씻어낸 후 얼마든지 다시 쓸 수 있다. 마켓 같은 데 가면 착용한 한인들이 드문드문 보이긴 하지만 일반 미국인은 의료 종사자 외에는 쓰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얼마 전 미 의학협회 저널(JAMA)에 이 페이스 쉴드에 관한 관심을 끄는 평론이 한 편 실렸다. 아이오와대학 의과대학 교수 등 3명의 감염병 전문가가 기고한 이 논문은 얼굴 가리개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차단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얼굴 가리개에 관한 언급이 거의 없었을까. 그것은 효능에 대한 연구가 지극히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책임있는 공중 보건당국에서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에는 축적된 데이터가 너무 없다고 한다.
페이스 쉴드에 관한 유의미한 논문을 찾으려면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립 직업안전보건원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보유한 로봇이 재채기를 했을 때 18인치(45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얼굴 가리개를 한 로봇의 바이러스 차단율은 96%에 이르렀다.
반대로 가리개를 착용한 쪽에서 재채기를 했을 때 착용하지 않은 상대방이 얼마나 보호를 받느냐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알려진 것이 없다. 그만큼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특히 지금은 예방보다 발등에 떨어진 치료에 관심이 집중된 때여서 연구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리서치 프로젝트에 돈을 대려는 곳이 없다는 말이다.
플라스틱 얼굴 가리개는 양 옆과 아래가 뚫려있는 것이 결함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주로 입과 코에서 나오는 비말(침방울)에 의해 감염되고, 큰 입자인 비말은 대략 6피트 내에서 바닥에 떨어진다는 공중 보건당국의 현 판단아래서는 차단 효과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문제는 비말보다 입자가 훨씬 작은 에어로졸(연무질)이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감염시킬 때다.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1마이크로미터(1미터의 100만분의1) 크기의 에어로졸이 공기 중에 날아다니며 바이러스를 옮긴다면 이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주 코로나바이러스가 에어로졸 감염, 즉 공기 전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수정된 지침을 발표했다. 혼잡한 폐쇄 공간인 합창 연습실, 식당, 헬스 센터 등을 예로 지목했다.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은 지금까지의 방역지침에도 변화가 요구되는 중요한 사항이다. WHO는 하지만 에어로졸 감염은 ‘일부 혼잡한 실내’라는 특정 환경에서 가능한 사례로 한정했다. 이를 일반화하려면 추가 연구와 증거가 확보돼야 한다. 여전히 침방울과 오염된 표면 접촉이 감염의 주 경로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에어로졸 감염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전문가들은 확진자와 한 집에 사는 가족들이 걸리지 않는 경우를 예로 들며 공기 감염은 예외적임을 주장한다.
에어로졸 감염 차단에는 마스크가 훨씬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서 다시 2014년 로봇의 재채기 실험으로 돌아가보자. 당시 실험에서 로봇이 얼굴 가리개와 마스크를 함께 썼을 때 바이러스 차단율은 97%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얼굴 가리개만 했을 때의 차단율 96%보다 겨우 1%가 높았다.
생각보다 마스크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르게 추정하면 얼굴 가리개로 차단하지 못할 정도의 바이러스의 에어로졸 감염은 극히 미미한 정도라고 볼 수도 있다.
만약 공기 전염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주요 감염 경로라면 얼굴 가리개 뿐 아니라 천 마스크의 효능이 이슈가 될 것이다. 이에 관한 연구는 집적된 게 없다. 분명한 것은 천 마스크는 의료용 마스크나 의료나 공업용으로 쓰이는 N95 마스크에 비해 바이러스 차단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2015년 한 조사에 의하면 천 마스크를 쓰고 4주간 일했던 의료 관계자들의 호흡기 질환 감염율은 의료용 마스크를 쓴 요원에 비해 13배 정도 높았다.
전문가들은 얼굴 가리개는 입과 코뿐 아니라 눈을 통한 감염과, 오염된 손으로 무심코 얼굴을 만지는 것을 막아 주는 이점도 있다고 지적한다. 마스크처럼 착용시 호흡이 불편하지도 않고, 얼굴 표정이 드러나 커뮤니케이션이 더 용이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미 전염병학회는 마스크와 함께 얼굴 가리개도 코로나바이러스를 차단하는 개인 보호장비의 하나로 추천했다. 애플, 나이키, 포드, 잔 디어 등에서 다양한 필수업종 종사자들을 위한 얼굴 가리개를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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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